<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엄마, 妈妈, Mom - 마음의 뿌리
<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엄마, 妈妈, Mom - 마음의 뿌리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6.11.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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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지혜정신건강의학과)원장

L 여인은 미모의 중년 부인이다. 심각한 알코올 의존 및 우울감, 자살 사고 및 자살 시도, 수면 장애 등을 주소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은 실패했고, 자신은 폐물이 된 것 같다며, 아무런 의욕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고, 서글프다며 자주 서럽게 울었다.
 
20대 때 알던 방송국 PD의 권유로 사십이 넘어서 탤런트 일에 복귀를 했는데, 단역이나 전전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서글퍼서 술 없이는 도저히 못 잔다고 하였다.
 
20대 때 자신보다 훨씬 못 나갔던 모 여자탤런트는 남편 잘 만나서 남편이 연예계 생활을 적극 외조해줘서 현재는 우리나라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가 되어있는데, 그것을 보니 너무나 부럽고, 자신의 처지가 더욱 비관되어 죽고만 싶은 기분이 들어서 더욱 알코올에 의지하게 된다고 하였다.
 
L 여인은 이러한 자신의 마음에 매번 한번더 비수를 꽂고 좌절을 주는 대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엄마”라고 하였다.
 
그녀는 힘들 때면 그래도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번번이 “네깟 년이 그럼 그렇지. 잘났다고 설칠 때 알아봤다. 부모에게 못하는 년이 남편에게 사랑받을 줄 알았냐? 상판대기라도 그럴듯하게 낳아줘서 탤런트라도 되게 만들어줬는데, 부모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도 안부치고 저만 잘난 줄 알더니 잘 됐다 이년아.” 등의 저주 섞인 욕을 해대는 자신의 엄마의 말을 들으면, 정말 자신은 몸이 땅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이 작아지고 무너져 내려서, 너무나 슬프고 좌절되며 죽고만 싶어진다고 하였다.
 
L 여인은 3차례 이혼을 하였고, 남매는 각각 전남편들이 양육하고 있다. 그녀는 20대 때 모 방송국 공채 탤런트가 되어 촉망받는 유망주로 몇몇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했었다.
 
그녀는 첫 번째 남편이 연예계 생활을 반대하여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생활 10년은 전남편의 폭행과 학대로 지옥 같았고, 그녀는 운 좋게 전남편의 외도 증거들을 확보하게 되어, 꽤 많은 재산 분할을 받고 이혼하였다.
 
30대의 부유한 이혼녀가 된 그녀는 돈은 없어도 좋으니 자신만을 끔찍이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돈은 있었으나 외로웠던 그녀는 긴장 해소를 위해서 들렀던 마사지샵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던 20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그 마사지사에게 그녀는 VIP 고객이었고 마사지사는 그녀에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였는데, 그녀는 그런 청년에게 마음을 홀딱 뺏기게 되었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했지만 그녀는 10년 연하였던 마사지사 청년과 결혼을 강행하였다. 마사지사는 그녀와 결혼을 하면서 그녀를 물주처럼 여기며 5-6개의 사업을 추진하였다. 마사지사 남편이 7번째 사업을 추진하려 할 즈음 그녀의 통장 계좌는 마이너스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제 사업은 그만 하고 취직을 하라고 애원하였다. 그러자 마사지사 남편은 그녀를 비난하며 새로 생긴 사모님 애인의 품으로 떠나버렸다. 이렇게 그녀의 두 번째 결혼생활은 빚과 배신만을 남기고 끝났다.
 
두 번째 이혼 후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한동안 알코올에 빠져 지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초등학교 때 자신을 짝사랑했었다고 고백하는 남자 동창생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도 돌싱이라며 이제라도 자신의 첫사랑을 이루고 싶다는 남자 동창생의 순수한 마음에 감사하며 세 번째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세 번째 남편은 도박중독과 의처증이 심각했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눈을 맞췄다는 이유로 구타하고 그녀의 핸드폰에 저장된 남자 전화번호는 모조리 삭제할 정도로 그녀를 의심하며 숨막히게 하였다.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가출을 감행하였고, 이혼 소송을 하였다. 세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갓난아이가 있었지만, 그녀는 아이 육아보다는 더 늦기 전에 탤런트로 복귀를 하여 이제라도 자신의 일을 하며 자신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였다.
 
필자는 L 여인에게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알코올에 그만 의지하고 싶고, 이제라도 다시 시작한 탤런트 일을 잘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외로움을 참지 못해 서둘러 만난 남자들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더욱 망가졌는데, 이제는 남자들에게 그만 의지하고 자신의 일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20대 때는 현재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선 모 여배우보다 자신이 외모도 더 뛰어나고 촉망받았었는데, 왜 두 사람의 20여 년간의 선택과 인생이 그렇게 달라졌는지, 자신과 그 모 여배우와의 차이점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L 여인은 생각난 것이 있다며, 자신이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모 여배우와 20대 때 친한 친구 시절이었을 때, 그 여배우에게 매우 부러웠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고 회상하였다. 그것은 바로 그 여배우의 “엄마”였다고 하였다.
 
20대 때 그 모 여배우가 일이 잘 안 풀리고 있을 때, 그 여배우의 엄마는 언제나 딸을 응원해주며, “너는 장차 최고의 여배우가 될 거야.”라고 말해주면서, 그 여배우에게 믿음, 인정,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보며 당시 너무나 부러웠었다고 회상하였다.
 
당시 자신은 주연으로 최고로 촉망받는 상황이었는데도, 자신의 엄마에게 그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면, “너 연기를 그것밖에 못하냐? 옷은 왜 그렇게 천박하게 입냐? 광고비로 받은 돈 집에 빨리 안 부칠래? 네가 잘 나간다고 부모, 형제를 무시하냐” 등의 말이 되돌아오곤 해서, 당시 자신은 매우 주눅이 들고 누구도 자기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외로웠었노라고 회상하였다.
 
그녀는 지금도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저주의 말들이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다며 울면서 괴로워하였다. “네깟 거, 네 년이 뭘 한다고. 그것도 연기라고 하는 거냐? 등등” 그녀는 울면서 말을 이어 갔다. 첫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이혼하겠다고 엄마에게 전화했는데, “P서방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네가 도대체 행동을 어떻게 했길래 그런 거냐? 네깟 년이 이혼하고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냐? 네가 P서방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참고 살아라.”라고 엄마가 말했을 때, 자신은 너무나 좌절했고, 그 말대로 참고 사는 10년 동안 자신은 더 망가지고 탤런트로서 재기할 기회들도 모조리 다 날려버렸다고 울면서 매우 서러워하였다.
 
인간의 정신건강에 “엄마”는 “마음의 뿌리”이다. 마음의 뿌리에서 믿음, 인정, 칭찬이 올라오느냐, 불신, 비판, 무시, 저주, 욕이 올라오느냐에 따라서, 그 자녀들의 이후의 인생에서 맺는 열매들은 완전히 달라진다.
 
성경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서 1:15)”라는 구절이 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엄마라는 마음의 뿌리에서 믿음, 인정, 칭찬의 말이 잉태되어 장성하면 자존감 높고 당당하게 자기실현하면서 건전한 관계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 분별력이 있는 자녀의 열매가 맺게 되고, 엄마라는 마음의 뿌리에서 불신, 비판, 무시, 저주, 욕의 말이 잉태되어 장성하면 자존감 낮고 자기비하하면서 외로움에 눈멀어 잘못된 관계 선택을 자주 하게 되는 자녀의 열매가 맺게 된다.”
 
**위 사례는 가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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