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림의 경제칼럼>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민첩’이지 ‘조급’이 아니다
<김병림의 경제칼럼>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민첩’이지 ‘조급’이 아니다
  • 내외통신
  • 승인 2016.11.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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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블루 항공·해상 대표 김병림
(내외통신=편집부)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듣고 처음 배웠던 말이 바로 “빨리빨리”일 것이다.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한국인의 성격, 뭐든지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초스피드의 생활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버스나 전철을 타기위해 마지막 차 인 듯 달려서 타고, 자판기 커피가 다 내려오기 전에 컵을 빼내며 신호를 기다리다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조급한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이방인의 눈에는 매우 신기한 광경일 것이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성질이 급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성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간적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조금씩 빨리빨리 문화를 형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 하듯이 빨리 빨리는 한국경제를 이렇게 성장시킨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고도성장도 이러한 빨리빨리 문화의 부산물이 아닐까 추정한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적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됐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빨리빨리 습성에 의한 부실공사가 원인이었고,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지하철 스크린도어 작업사망 사건도 결국 그런 분류다.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1위, 스스로 목숨을 재촉하는 자살률 1위까지 이 모든 것이 직간접적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가져 온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장점을 이용해 단시간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고 세계에 자랑 할만한 IT강국이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생활도 불편한 것을 못 참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이며, 쉽게 고칠 수 없는 우리의 성격이기도 하다.

또 고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와 같은 초고속 정보화 사회에 가진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빨리빨리 해야 하는 능력마저 버린다면 현실적으로 치열한 세계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 처리가 빠르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그러나 공자는 “군자라면 일 처리는 민첩(敏捷)하되 말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가 빨리빨리 문화를 가지고 민첩과 조급의 의미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첩은 ‘민’은 행동만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빠르고 영리하게 한다는 것을 뜻하며, 일을 빠르게 하되 ‘야무지게’ 한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얼렁뚱땅 빨리 해치우자는 것이 아니라 게으름과 미적거림 없이 일 처리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조급’은 일 처리 그 자체와는 관련이 적고 주로 결과에 관련된다. 따라서 할 일은 ‘민첩’하게 해야 하며 조급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이처럼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민첩이 아니라 조급함이다.

농부가 씨앗을 뿌려 작물을 재배하며 수확물을 거둘 때 까지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조급함이지 민첩함이 아니다. 민첩하게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해결해 내는 것이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은 일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고 결과만 빨리 드러내려고 할 때 실패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번 우려하면서도 반복되는 부작용의 근원처가 된다. 아무리 훌륭한 상사 지도자라도 조급하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도 어느 시점을 지나야 진정한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이다. 우리는 겸허히 빠른 성과에 너무 조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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