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아빠, 爸爸, Papa – 사회성 발달의 키맨
<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아빠, 爸爸, Papa – 사회성 발달의 키맨
  • 내외통신
  • 승인 2016.12.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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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지혜정신건강의학과)원장
(내외통신=편집부)  K군은 반복되는 음주로 인한 행동 장애로 수차례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는 군대에서 훈련 중에 무릎을 다쳐 의가사제대한 이후 복학을 하였으나, 반복되는 음주 문제로 수차례 휴학을 반복하였다. 그의 아버지가 치료 과정에서 필자에게 여러가지 의견 제시를 많이 하였는데, 주로 자신의 말만을 일방적으로 하는 편이었고, 필자가 권유하는 가족치료 등은 시간이 없다며 번번이 거절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의지박약한 놈이라고 비난하며 차라리 병원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폭언을 하곤 하였다. 그는 입원치료 중에는 학업 의지를 불태우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는 모습이었으나, 아버지와 면회한 날이면 극도로 예민해져서 별거 아닌 이유로 타환자와 몸싸움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의 아버지는 도대체 사내놈이 왜 그리 의지가 부족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자신도 이제 포기 직전이라며 필자에게 전화하여 장시간 하소연하곤 하였다.

  P양은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어버리겠다며 엄마를 위협하여 엄마, 경찰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P양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심하게 엄마에게 반항하며, 술, 담배를 하고 가출을 하는 등 두드러진 비행 행동을 하였다. 학교는 거의 안 나가는 날이 더 많았고, 성적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필자가 그녀를 면담하였을 때, 그녀는 계부에 대한 심한 적대감을 표현하며 계부를 죽여버리겠다고 흥분하였다. 필자가 그녀를 보다더 심층 면담한 후에 알게 된 사실은 계부가 중학교 때부터 그녀를 수차례 성추행, 성폭행하였다는 것이다. 필자가 그 사실을 엄마에게 말했냐고 묻자, 그녀는 엄마를 오히려 걱정하며 엄마가 알게 되면 큰일난다며 필자에게도 엄마에게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이었다.

  L군은 엄마가 돈을 안 준다며 욕을 하고 식탁 위에 칼을 꽂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하여, 이를 감당 못하는 그의 엄마의 신고로 경찰 동반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하였다. 그는 이전에 절도, 방화, 기물 파손 등의 죄목으로 수차례 소년원과 교도소 복역을 한 경력이 있었다. 그는 5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자주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했다고 하였다.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자주 집에 안들어오고 질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훔친 차, 오토바이 등을 타고 무면허운전이나 오토바이 폭주 등을 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그를 폭행한 것은 인정했으나 몇 번 안 되었고, 그것 또한 어릴 때부터 그의 나쁜 버릇을 똑바로 고쳐주기 위해서 그랬던 거라고 말하였다.

  C 여인은 자살 사고, 심각한 우울 증상, 무기력감을 주소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필자가 그녀를 면담한 결과 그녀의 주된 스트레스 제공자는 그녀의 남편이었는데, 그녀의 남편은 결혼 초부터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음주와 도박에 빠져있었고, 반복되는 외도와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또한 무능력하고 방탕한 사람이어서 절대 그런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고 하였다. 이제 지쳐서 더 이상은 살고 싶지 않다며 심각한 우울감 및 자살 사고를 지속적으로 호소하였다.

  H씨는 잦은 분노 폭발, 불면, 불안, 초조 등을 주소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그는 최근에 직장 상사를 폭행하여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의 부인은 자신의 남편이 가는 직장마다 번번이 상사와의 트러블로 문제를 일으키는데, 비슷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일이 이번이 벌써 6번째라고 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매우 권위적, 강압적이었고, 그가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혹독한 체벌 및 폭언이 자주 있었는데, 그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숨죽이면서 지내다가, 청소년기부터 아버지에게 심하게 반항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거의 의절하고 지낸다고 하였다. 직장 상사가 그를 압박하는듯한 느낌을 받으면,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받았던 모멸감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심하게 흥분하는 것 같다고 필자에게 말하였다.

  J양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어려워 곧 죽을 것 같은 증상이 수시로 반복되었고, 그런 증상으로 수차례 응급실에 내원하였으나, 번번이 신체적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안정제를 탄 수액만을 맞고 귀가하곤 하였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밤늦게 귀가했다가 화가 난 아버지로부터 전신을 두들겨맞은 후 다음날 하루종일 방에 갇히는 처벌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속을 썩일 때마다 폭행과 방에 가두는 처벌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성인이 된 어느 날 남자친구와 심하게 싸우다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한 날 처음으로 심각한 공황 발작을 경험한 이후로 수시로 비슷한 증상을 반복 경험하였다.

  위 사례들은 증상들은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한번 유심히 찾아보자. 이 모든 사례들에 키맨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공통된 인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환자들의 “아버지”이다.

  위 사례들의 환자들은 그들의 인생의 중요한 지점에서 그들이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심각한 실패가 오거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그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해서 그 지점에서 퇴행해버리거나, 그들이 더 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치명적인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그로 인한 심각한 결과들을 짊어지게 되어 그것이 증상의 발현으로 이어지게 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그들의 “사회성 발달의 중요한 키맨”으로 작용하는 그들의 “아버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위 사례들의 아버지들은 환자들이 롤모델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인간의 “사회성 발달의 키맨”인 그(그녀)의 “아버지”가 “충분히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지 못할 때, 이것은 그(그녀)의 사회성 발달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성 발달에 있어 충분히 좋은 롤모델을 갖지 못한 채 사회에 곧바로 내던져진 그(그녀)는 사회생활에서의 작은 좌절 및 실패에도 매우 취약하여, 곧 심각하게 퇴행해버려 증상으로 쉽게 고정되어 버린다. 그리고 충분히 좋은 롤모델이 부재한 그녀의 경우는 배우자 선택의 기준점이 없는 채로 분별력없이 배우자를 만나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그것이 그녀의 불행한 삶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는 가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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