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향을 또 한 번 이어 나가겠습니다
천년의 향을 또 한 번 이어 나가겠습니다
문화유산 지화(紙花)지킴이 평택 송덕사 주지 석용스님
  • 김영권 기자
  • 승인 2014.09.23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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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김영권기자)전통한지를 천연방식으로 염색해 고유한 색채를 입히고, 손으로 살을 접어 만들어 낸 꽃 지화(紙花). 지화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불교의식 및 궁궐 의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였고, 일반인들의 관혼상제에 사용되는 등 우리민족의 삶속에 늘 함께 해 왔다. 이처럼 지화는 우리전통문화로 자리매김했으나, 생화가 보편화 되고 조화(造化)가 보급되면서 차츰 존재가치를 잃어갔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대한불교천태종 송덕사 주지 석용스님은 이처럼 잊혀져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지화의 명맥을 이어가시는 분으로, 지난 5년간 지화 전시회를 개최하여 일반인들에게 지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인고의 과정을 통해 완성
석용스님이 지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지난 1982년. 천태종의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에 출가한 스님은 그곳에서 현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스님의 손에서 얇은 종이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고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때 받았던 감동을 바탕으로 자신도 지화를 만들게 되지만, 지화는 아름다움을 발산하기 전 엄청난 인내와 성실함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많은 갈등도 느낀다. 이후 스님은 영산재 장엄분야 이수자인 정지광, 장벽옹 스님의 가르침을 받는다.

지화는 모든 작업이 수작업이다. 손으로 한지에 칼을 대고 하나하나씩 살을 접고 물감을 입인 후 다시 한지를 한줄기씩 접어 나간다. 이 같은 작업을 쉬지 않고 반복적으로 작업하더라도 1주일 내 만들어지는 양은 다섯 송이에 불과하다. 200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산재에서도 지화를 사용하는데, 영산재기간에 사용하는 지화를 만들기 위해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전통지화 이수자인 석용스님은 “ 지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수행이고, 고행입니다. 영산재에 쓸 지화를 만들기 위해선 천연 염색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1년6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 고행의 시간을 보내면서 한동안은 지화가 보기 싫습니다. 하지만 다시 지화를 접는 걸 보면 이 일이 제 숙명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일을 용서하며
지화는 종이로 만든 꽃에 불과하지만, 석용스님의 지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꽃보다 진한 향기를 내뿜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석용스님의 지화는 완성도가 높아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지만, 자신의 지화와 그 만드는 비법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몇 해 전 스님은 지화를 널리 보급하고자 도감도 만들고, 스님의 작품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했는데, 스님이 만든 지화를 훔쳐간 사람이 자기가 만든 꽃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발생했다. 처음 이런 일이 생겼을 땐 스님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웃고 넘겼으나, 그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스님은 지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한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음의 상처도 입는다. 하지만 스님은 곧 그들을 용서하고, 지화를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문화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정진하고 있다.
 

 
천년맥이 끊기지 않도록
지화는 생화보다 더 아름답고 장엄하여 왕실, 사대부가(士大夫家), 불교, 무속, 평민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찬란한 문화유산이다. 지화는 꽃상여, 치병의식,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 등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고, 지화의 흔적도 감로탱화에서 찾을 수 있지만 문제는 16세기나 17세기에 그려진 감로탱화가 일본의 약탈로 인해 국내에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석용스님은 지화의 완성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 일본에 소장되고 있는 감로탱화가 담겨져 있는 서책을 구입해 조선 중기 때의 감로탱화를 재현하기도 했다. 석용스님은 지난 2005년 덴마크에 있는 고광사 주지소임을 맡고 있을 땐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한 서양인이 저술한 책에 지화 사진이 한 장 있다는 것만으로 비싼 가격에 그 책을 구입하는 등 우리 전통문화인 지화를 보전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석용스님에게 있어 지화는 어떤 존재이며 의미일까?

이런 기자의 질문에 그는 “ 지화는 기나긴 시간동안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한 송이도 만들기 힘듭니다. 지화를 완성시키고 나면 그 아름다움에 힘들었던 과정을 잊지만, 손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지화를 만드는 터라 중도에 그만둘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고통도 불도를 닦는 수행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정진해왔고, 더 중요한 것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킨다는 사명감이 지금까지 지화를 만들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지화를 계승시켜 찬란한 문화유산의 맥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저도 이렇게 노력 할 터이니 국민들께서도 조금 더 우리문화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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