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 퇴임사,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김수남 검찰총장 퇴임사,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 길성갑 기자
  • 승인 2017.05.16 06: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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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퇴임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3시께 대검찰청 강당에서 퇴임식을 끝으로 지난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사진=길성갑 기자)

(내외통신=길성갑 기자)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퇴임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3시께 대검찰청 강당에서 퇴임식을 끝으로 지난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김 총장은 지난 2012년 수원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선동 사건을 총괄 지휘하며 유죄를 이끌어냈다. 이후 그는 중앙지검장과 대검 차장을 거쳐 2015년 12월 검사의 정점인 검찰총장에 올랐다.

김 총장도 역대 총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 12월까지가 임기였던 그는 임기도중 5월 대선으로 인해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임기 중 자신을 임명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이날 김 총장은 총 8쪽짜리 퇴임사를 준비해왔다. 그의 퇴임싸 곳곳에는 진한 아쉬움과 검찰을 향한 세간의 시선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났다. 그는 4개의 격언과 시를 인용해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김 총장은 정의에 대한 만용을 경계하라는 당부와 함께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의 시를 소개했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過乎仁 不失爲君子 過乎義 則流而入於忍人 故仁可過也 義不可過也)’는 문구다.

김 총장은 “수사에 있어서 소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나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범죄자를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의를 지키고 인권을 옹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을 적폐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개혁이란 칼날을 들이대는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김 총장은 “환부만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는 명심보감의 구절을 인용해 김 총장 스스로 바르게 처신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건도 사사로움 없이 정도를 걷고자 했고,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면 언젠가는 국민들도 신뢰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검찰총장직을 수행해왔다”고 자평했다.

또 법학의 라틴어 격언인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Fiat Justitia Ruat Caelum)’를 인용해 “국민 신뢰 회복의 요체는 원칙과 절제, 청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검찰 개혁 논의와 관련해 “검찰개혁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법조를 포함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형사사법의 국제적 추세도 참고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방향의 검찰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김 총장은 류시화 시인의 시를 소개하며 검찰을 ‘소금’에 비유하기도 했다.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이란 내용이다. 그는 “검찰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인사를 마쳤다.

한편 이날 퇴임식에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400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참석했다. 후임 총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담담함과 막막함이 엿보였다. 비(非) 검찰 출신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법무부장관의 제청과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후임자가 정해지기까지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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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2017-05-16 11:34:35
진~~~짜 웃기심.언제 정의를 실현이나 해보고 저런소릴 퇴임사에서 하는지,
국민들은 지금 정의에 완전 목말라 있거덩~~정신좀 차립시다.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