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현구 코리아네오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
<칼럼>정현구 코리아네오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
음악이란?!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7.07.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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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구 코리아네오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 
 우리는 음악을 안다, 좋아한다, 이해한다 등으로 흔히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아는 음악을 모두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또 우리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음악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종류이든지 간에 여러분이 음악을 들을 때 느낌이라는 것을 갖게 되며,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필자는 전공이 음악이기에 아이들과 음악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교육의 내용과 방법으로는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특정한 방법으로만 교육을 받아서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의 역사는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해온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새로운 음악을 끊임없이 만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음악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만큼 음악은 인간이라는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독단(도그마)을 가지고서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 니다. 칸트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려면 일체의 관심(interest)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무관심성 (disinterestedness)이라는 어려운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심이란 원래 실제적 혹은 개인적 욕구에서 출발하는 개념으로, 선입견이나 편견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관심성이란 관심의 정신적 조화인 셈입니다. 앞에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교육의 내용과 방법으로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에서는 학생들 자신이 음악에 대해 생각하도록 가르치기보다는 선생님이 생각하는 음악만을 일방적으로 가르친다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음악에 대한 폭넓은 생각을 갖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막아버립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생각하는 음악이 독단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필자가 사람들의 사고유형, 즉 생각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음악은 결국 사람들의 생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음악역사의 바탕에는 항상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음악의 역사는 항상 문화나 사상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음악이든지 그 음악에 담긴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생각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음악은 물리학이나 수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을 토대로 해서 문학 및 그 밖의 예술과도 많든 적든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음악은 당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 등과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통해서 바흐가 당시 어떤 상황에서 작곡했는가 살펴보면 단편적이나마 음악의 문화적 관련성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그 중 제3번 1악장을 감상하게 됩니다. 이 곡을 이런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이 협주곡을 바흐가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폰 브란덴부르크에게 헌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폰 브란덴부르크(Christian Ludwig von Brandenburg, 1677~1737)는 대선제후의 막내아들인 동시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재위 1713~1740)의 삼촌이 되는 사람으로, 당시에는 베를린의 프로이센 왕궁에 거주하면서 규모는 작았지만 자신의 악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편 바흐는 1717 이래 쾨텐의 궁정악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흐는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그를 만났을까요? 여러가지 추측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바흐가 프로이 센 왕궁으로 그를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흐가 1719년 3월 1일에 베를린에서 완성된 쳄발로 대금과 여비로 쾨텐 궁정에서 130달러를 수령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14일에 쳄발로가 쾨텐에 도착하였으므로 그 사이에 바흐가 베를린에 간 것은 확실한 일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쳄발로는 매우 비싼 것이므로 바흐의 특별 지시에 의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바흐는 그것을 주문하기 위해 직접 베를린에 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바흐가 베를린 여행 때 당시 베를린 음악계의 중심 인물이었던 브란덴부르크를 찾아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당시의 상황이 없었다면 이 멋진 음악은 아마도 우리 곁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음악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음악이든지 음악을 듣지 않고 사는 날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난 음악이 없이는 하루도 못 살아”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죠. 그러나 막상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이죠?"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쉽게 대답을 못합니다.

  음악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소리를 매개로 느낌이나 정서 그리고 사상을 표현하는 시간적 예술’이라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 또 다른 의사소통의 수단이라 볼 수 있으므로 음악은 또 다른 언어라 할 수 있습 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보편적인 언어 능력은 인간이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능력입니다. 그것은 인간 정신의 특유한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언어나 음악이나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음악에서 바른 소통의 원리를 찾아 삶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자로는 ‘音(소리)樂(즐거움)’이라 표기합니다. 여기에서 음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소통의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소리의 기본적인 성질을 알아야 합니다. 소리(音)는 빛에 비해 유연합니다. 소리는 진행을 하다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하거나 흡수되거나 굴절 또는 회절(回折)하는 성질을 갖습니다. 소리의 성질을 통해 보는 소통의 첫째는 반사성입니다. 상대방과 대화함에 있어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여 인정함으로 맞장구를 쳐주어야 합니다. 이럴 때 대화의 상대방은 기쁨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자신이 존중받음으로 인해 듣는 이를 신뢰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흡수성입니다. 소리는 물체를 이루는 물질의 성질에 따라 적절히 흡수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 대방에 따라 자신의 의견이 이해되도록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 바탕은 상대방의 지적 수준에 맞춘 어휘를 선택하는 데에 있습니다. 나만의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셋째는 회절성입니다. 소리는 어떠한 물체를 만나면 돌아서 나갑니다. 벽 뒤에서 하는 이야기나 음악이 들리는 것은 바로 이 회절성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통함에 있어 자신만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토해내고 상대 와 대립하지 않아야 합니다. 좀 소통이 힘들다 싶으면 부딪히지 말고 한 템포 늦추어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음악의 音에 대해 생각을 해봤으니 이제 樂에 대해 말할 차례인데, 즐거움을 뜻하는 樂이라는 글자는 북을 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고대에 북을 치는 행위는 제사를 뜻하죠. 제사란 대상에 대한 경외입니다.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올바른 제사의 행위가 아닌 것이죠. 즉, 상대방을 존경할 때 자연발생적으로 내면에 생 겨나는 것이 즐거움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고 즐거움을 느끼려면 존경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지고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풍조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회는 발전해가지만 각 개인은 고립되고 단절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한 템포 늦춰서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듣는 삶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참된 소통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음악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의 신비이다.” -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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