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사고뭉치 내 아들, 성인 ADHD
<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사고뭉치 내 아들, 성인 ADHD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7.07.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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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혜정신건강의학과)
    40대 후반인 H씨는 70대인 노모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그의 주된 증상은 과도한 음주, 반복되는 음주 운전과 같은 무분별한 행동, 성업소의 과다 이용을 포함한 난잡한 사생활, 잦은 이직 등이었다.

70대인 노모는 한숨을 쉬며 본인은 수십 년 간을 외아들인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보냈다고 하소연하셨다. 본인이 그래도 젊을 때는 아들이 사고를 쳐도 뒷감당해줄 기력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본인이 체력적,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고 지쳐서 더 이상은 감당을 못하겠는데, 아직도 아들은 계속 사고뭉치니 도대체 이 노릇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필자에게 물었다.
 
70대인 노모를 통해 전해 들은 H씨의 삶은 다음과 같다. 그는 어릴 때 유치원을 수차례 옮겨 다녔다. 그 이유는 그의 돌출 행동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유치원 교사들과 자신의 자녀를 위험한 장난이 심한 그와 같이 둘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학부모들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아는 단어들도 받침을 빼고 써놓기 일쑤였고, 산수 시험을 보면 아는 문제인데도 시험지에는 계산을 틀리게 적어 놓곤 하였다. 수업 시간에는 책상 위를 기어오르거나 교실 여기저기를 부산하게 뛰어다니며 수업을 방해하였다. 체육 시간에는 발을 헛딛거나 자주 넘어져서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는 반 친구들이 대화나 게임을 할 때 자꾸 참견을 하고 끼어들다가 덩치 큰 아이에게 맞기도 했다. 이렇게 트러블메이커인 그를 좋아하는 반 아이들이 별로 없어,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그는 왕따였다.
 
중학생이 된 후, 호랑이같이 무서운 담임이 그를 맡게 되었는데, 그의 돌출 행동에 대해서 여러 차례 지적을 하고 혼냈으나, 그가 건성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모습이 반복되자, 어느 날 극도로 화가 난 담임으로부터 엄청난 체벌을 받게 되었다. 그는 이 사건 이후로 등교를 거부하였다. 중학교를 자퇴한 후, 그는 왕따였던 그를 받아준 비행청소년 형들과 어울려다니며, 술, 담배, 여자 등을 접하며, 본격적인 비행청소년이 되어갔다. 왕따였던 그를 받아준 형들은 그를 똘마니처럼 부리며, 그들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린 그에게 절도를 시켰는데, 그는 그 형들을 계속 따라다니고 싶어서 시키는 대로 금은방을 털다가 현장에서 잡힌 후,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소년원에서 자포자기로 있던 그는, 그의 어머니의 간절한 눈물 호소와 그를 안타깝게 여기던 소년원 담당 목사님의 권면으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여, 중등, 고등 검정고시에 합격을 하였고, 이후에 대학에도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은 그의 인생의 황금기였다. 그는 준수한 외모와 유머감각으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그에게 호감을 표하는 다수의 여학생들과 동시에 사귀었고, 연극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며 동아리 선후배들과 어울려서 폭음을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중, 사귀던 여학생들 중에 한 명을 임신시킨 그는 졸지에 학생 부부가 되었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취직을 하였으나, 음주 후 결근이 반복되거나 업무에 실수가 잦아 권고사직을 여러 번 당하였다. 그는 결혼 생활 중에 회사 여직원들과 수차례 외도를 하였고, 성업소를 자주 이용하던 중, 그의 아내가 그로 인해 성병에 걸린 후에, 그의 난잡한 성생활에 질렸다며, 이혼을 신청하였고, 그는 유책배우자로 이혼을 당하게 되었다.
 
이혼남이 된 후, 그는 회사 생활은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사업을 해보겠다며 동남아시아 등지를 자주 왕래를 하였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필로폰을 접하게 되었는데, 세상에서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을 아쉬워하며 마약 중독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국내에 마약을 반입하다가 체포되어 그는 교도소 생활을 수년 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에도 마약의 유혹을 끊지 못해, 수차례 마약 투약으로 입건되어 교도소 생활을 몇 차례 더 하였다.
 
그는 교도소에서 10여 년간을 복역하고 출소한 이후, 지긋지긋한 교도소 생활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불법적인 마약 투약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먀약만은 못해도 럭비공 같은 그를 잠시 마취시켜주는 음주의 유혹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라도 성업소를 끊으면 미칠 것 같아 업소 여성들과의 관계를 끊을 수가 없었다. 일용직 일을 하긴 했지만, 일당을 받으면 술값과 유흥비로 다 탕진하고, 돈 달라며 노모를 괴롭히기 일쑤였다.
 
위 사례의 H씨의 주요 진단명은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ult 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ult ADHD)이다. 그리고 성인 ADHD의 경과로 인해 생기게 된 부 진단명으로는 물질 의존(Philopon & alcohol dependence), 성 중독(Sexual addict) 등이고, 그의 성격 특성은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볼 수 있다.
 
위 사례는 아동기에 제대로 진단받지 않아,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를 가진 아동이, 사춘기를 겪어내게 되고, 그리고 이후에 무방비 상태로 성인기에 이르렀을 때, 어떠한 코스를 거치게 되는지, 매우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이와 같은 사례들은 임상에서 꽤 자주 만날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학령 전기나 학령기 아동에서 많이 관찰되는 질환들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고 과잉행동 및 충동성 등의 여러 증상을 보이는 장애이다.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을 포함한 뇌의 생물학적인 요인들, 특히 대뇌의 전전두엽피질-선조체 연결망의 이상 등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증상은 보통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문제 행동들이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지속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증상들의 많은 부분이 호전되나, 합병증으로 대인관계장애, 학습장애, 우울증 또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이행될 수 있다. 과잉행동 증상이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학업 중퇴, 잦은 전직, 이혼, 충동적인 자살 기도, 약물 남용 등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위 사례는 가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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