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팔십부터...팔순 시골 할머니 늦깎이 시인 등단
인생은 팔십부터...팔순 시골 할머니 늦깎이 시인 등단
충북 음성군 한충자 · 조순례 할머니, 참여문학 신인공모전 당선
  • 송영은 기자
  • 승인 2017.07.11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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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깎이 시인 한충자(좌), 조충례(우)할머니 <사진제공=음성군청>
농촌에 살고 있는 팔순의 두 할머니가 시단에 등단해 화제가 되고 있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사는 한충자 씨(86세)와 음성군 대소면에 거주 중인 조순례 씨(79세)가 그 주인공이다. 

한충자 할머니는 72세까지 문맹으로 살다가 음성군 노인복지관(관장 임종훈)에서 한글을 터득했다. 75세부터 음성군 노인복지관 시치유반에서 시를 공부해오던 중 77세 희수를 맞아 시집 ‘봄꽃은 희망이고 가을꽃은 행복이다’를 펴냈다. 이후 83세에는 2집 ‘백지장 하나 들고’를 출간해 각종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며, 특히 서울시 시민청에서 개최하는 ‘토요일은 청이 좋아’ 행사에 초대받아 공연에도 참여했다.

충북노인문화예술제 1회와 3회 문예 부문 대상, 일산종합복지관 주최 제5회 전국어르신문학작품공모전 장려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한 한충자 할머니는 종합문예지인 참여문학 여름호에 신인으로 당선돼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순례 할머니는 시를 공부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2011년 겨울 ‘늦게 피는 꽃도 향기 짙어’를 발간해 KBS 1TV ‘깨알스토리’에 방영된 바 있다. 

2015년 충북노인문화예술제 문예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한충자 할머니와 같이 참여문학 여름호에 신인으로 당선, 농촌의 갈등에 침묵하지 않는 이미저리(imagery)로 시적 자질이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았다. 

한편, 매주 화요일 음성군 노인복지관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는 증재록 시인은 “깊어진 주름만큼 오랜 세월을 보낸 어르신들의 시에는 초조함이 없고 궁핍한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온 경험이 그대로 표현됐다”며 “바빠진 우리들 삶엔 소소한 교훈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쭈글쭈글한 내 손 / 씨감자 닮아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다 / 언제 제대로 만져준 일 있었나 / 써먹기만 했지 / 약 한 번 발라준 적 있었는가 / 심줄 툭툭 솟아나고 / 검버섯 꽃잎 피듯 한다

(한충자의 시 ‘내 손’ 중 일부분)  

 

첫아기 낳고 똥 꽃봉오리 / 만지게 되었지 / 귀여운 아기 똥 꽃 / 향기 나는 노랑 똥 꽃 / 울 엄마도 날 예쁘다고 / 노랑꽃 똥이라고 웃으셨겠지 

(조순례의 시 ‘애기똥풀꽃’ 중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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