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정원
미술관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정원
‘블루메미술관’ <정원, 놀이>전 개최 … 정원에서 잃어버린 놀이의 즐거움을 회복하다
  • 민준상 기자
  • 승인 2017.07.12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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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정원에서 잃어버린 놀이의 즐거움을 회복할 수 있을까?

효율중심의 현대사회에서 반대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는 정원 그리고 정원일의 가치를 놀이와 접목한 전시가 있다.

개관 5주년을 맞이해 정원 시리즈 전시를 기획한 ‘블루메미술관’은 오는 1일부터 9월 3일까지 <정원, 놀이>전은 한 뙈기 땅이라도 흙만 있으면 무엇이든 자라게 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흙만 있어도 무엇이든 상상하며 노는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1부 <정원사의 시간>에서 담장이 쳐진 공간, 정원이 주는 느린 시간성과 사유에 대해 물었다면 2부 <정원, 놀이>에서는 정원에서 왜 인간은 자유함을 느끼고 즐거워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놀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았다.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에 보다 가까운 아이들의 관점에서 정원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찾아 볼 수 있다. 유한한 테두리 공간에 무한의 자연을 담아내는 정원은 마치 타임머신처럼 그곳에 들어선 이를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이끈다. 눈과 손에 닿는 정원의 볼 것, 만질 것들은 정답이 없는 열린 재료로 새로운 상상놀이를 가능케 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된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원에서 소꿉놀이로 차려진 식탁은 그 어느 가정의 식탁보다 풍요롭고 흥미로우며, 흙과 식물들 사이를 오가는 정원 공간의 숨바꼭질 놀이는 숨고 찾는 놀이 행위에 영감과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정원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고 잊혀졌던 놀이 인자를 작동하게 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웃음을 찾고 스스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타인을 받아들이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이는 정원을 경작하고 돌보는 동안 생명이 생겨나 유지되게 하려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는 흙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한 뼘의 땅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미시적인 것에서 타인을 이해하며 지구 전체로까지 관계를 확장하며 한 인간의 사고와 인식의 폭을 확장시키는, 작지만 거대한 일이다. 정원에 숨겨진 크고 작은 놀이와 이야기들을 소통하고자 하는 이 전시는 현대미술작가들과 가든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구성될 것이다.

자연을 재료로 한 예술의 공간이자 제 3의 자연인 정원에 예술가들이 들어오는 것은 낯설지 않다. 정원일이 놀이이자 예술인 정원사의 모습이 예술가의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100살이 넘은 미술관의 큰나무를 놀이대상으로 만든 ‘김도희’의 색밴드 놀이터, 전시장에 그네를 설치한 ‘윤가림’, 손 안의 기차를 타고 개미의 관점으로 땅 안팎을 넘나드는 ‘리즈닝미디어’의 작은 정원여행은 놀듯이 작품을 만들고 숨겨진 공간을 드러내며 함께 노는 재미를 선사한다.

가든 디자이너 ‘슬로우파마씨’는 전시장을 과학실로, 관객을 실험자가 되게 하여 식물탐구놀이로 이끌고, ‘오경아’⋅‘임종기’는 실제 정원시공에 사용되는 산업자재인 배수관을 토끼굴 놀이터로, 우수관을 활용한 물주기 놀이로 쓸모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놀이의 본질을 경험하게 한다.

전시장의 계단을 이용해 관객의 걸음을 붙잡아 놓는 ‘노해율’의 느리고 불편한 조각,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박지숙’의 비밀의 정원은 아이들의 몸을 움직여 노는 풍경을 만든다.

창조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대상과 함께 놀며 생겨나는 것이다. 프랑스어에 브리콜뢰르 (bricoleur)라는 단어가 있다. ‘손에 잡히는 재료로 척척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땅에 떨어진 것들을 모아 놀이에 활용하는 훌륭한 브리콜뢰르들이다.

도토리 깍지와 나뭇가지가 아이의 눈에는 숟가락이 되고 솔방울은 아기 새가 된다. 예술가들의 모습에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올 여름 미술관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의 정원에서 우리 모두 브리콜뢰르가 되어보자. 정원 속에 숨겨져 있던 평범한 것들에서 잊혀진 인간의 모습, 놀이하는 인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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