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화를 준비할 때다
이제는 대화를 준비할 때다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8.01.0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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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로 전쟁의 위험까지 갈등이 고조된 한반도 위기상황이 이제는 조금씩 진화되며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필자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한반도에서 전쟁이 불가능한 이유와 오는 2월경에는 대화의 시기가 온다는 것을 칼럼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바로 그 대화를 향한 여정이 여러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먼저 위기고조의 당사자인 북한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정치인들이 북한의 대화의지를 미국에 전달하고 있다. 북한이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대화를 원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지원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5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시점에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유엔이 왕래를 통한 의사소통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북한 측에 남북대화 재개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화국면 조성에 촉매제가 될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바흐 위원장의 방북을 전격 수용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보내게 된다면 남북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앞으로 국면전환을 위해 국제기구 등을 통해 평화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유엔 중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선제타격론을 사전에 차단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월 14일 정상회담을 갖고 ①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②한반도의 비핵화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③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④남북한 간의 관계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한 것도 대화국면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2월 13일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했다. 그 후 백악관과 국무부는 틸러슨 장관의 제안은 북한과 조건 없이 협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첫 만남에 조건을 달지 않겠다는 수준이며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지만, 대화를 위한 접촉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조셉 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북한이 도발을 60일 동안 멈추면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북한의 대화 제스처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자신들의 강화된 핵 입지를 바탕으로 협상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공세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미국의 최소조건은 북한이 핵, 미사일 시험을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될 것이다. 즉 북한과 실제 대화로 이어지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기본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판단된다.

대화는 협상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 대한민국은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즉 협상의 목표와 로드맵을 세워놓아야 한다.

각국의 협상 목표는 다르다.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해 김정은 체제와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최소화하고,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라 추정된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안보위협을 최소화하고, 남북 간에 교류협력을 강화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서 평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어떠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하는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의 목표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최단시간 내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토록 고생하면서 완성한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계적인 접근방법이 중요하다. 지금은 차선책으로 생각되는 ‘핵동결-확산방지-핵폐기’로 이어지는 협상과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잘못하면 우리가 우려하는 ‘한국 우회(Korea Passing)현상’이 가시화 될 수 있다. 즉 1994년 제네바 북미핵협상처럼 대한민국이 철저히 배제될 수 있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 참가하는 3자 협상이나, 여기에 중국을 포함하는 4자 협상을 추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시는 과거의 6자회담을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각국의 회담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회담에 참여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협상의 원칙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협상할 수 있다. 호혜주의 입장에서 북한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도 있다.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뛰어넘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 평화통일이라는 더 큰 이익을 위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를 사전에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월부터는 북미 간 치킨게임이 끝나고,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북한이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북미대화 혹은 다자회담에 앞서 남북 간에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대화와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운전대를 꼭 쥐고, 한 발 한 발 평화를 향해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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