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디캔팅(Decanting)의 예술
와인 디캔팅(Decanting)의 예술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8.01.0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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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장· 그랑벵코리아 CEO
디캔팅이란 와인병 안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침전물을 걸러내고 다른 용기에 깨끗한 와인을 분리해 따라내는 과정이다. 디캔팅을 하는 동안 탄닌은 산소와 접촉하게 되고 산화작용이 이루어져 와인의 탄닌 맛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또한 멋있는 디캔터 안에 와인이 담겨있을 때 맛이 더 좋아 보이고 테이블 분위기를 근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디캔팅의 이러한 장점이 있지만 대다수의 와인들, 특히 침전물 없는 와인을 꼭 디캔팅할 필요는 없다.

레드 와인 디캔팅이 필요한 경우

●와인병 속에 침전물이 있을 때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 와인이라면 탄닌과 다른 이물질들이 결합해 미세한 찌꺼기가 생긴다. 레드 와인은 오래되면서 병 바닥에 침전물이 가라앉는다. 이 침전물은 몸에 해롭지는 않으며, 고급와인들에서 종종 생기기 때문에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관상 좋지 않고 와인의 풍미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디캔팅을 하는 것이다. 오래된 와인이지만 침전물이 없는 경우에는 디캔팅할 필요가 없다. 특히 오래된 와인은 상태를 예측할 수 없고 대체로 연약하기 때문에 산소와 접촉하면 향과 풍미가 열릴 듯 하다가 금세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코르크 마개가 병 속에 빠졌을 때
​​오래되지 않은 와인을 디캔팅하는 경우는 코르크 마개를 오픈하면서 실수로 코르크가 깨져 와인병 속으로 부스러기가 들어갈 때이다. 부서진 코르크가 와인 속에 있더라도 와인의 맛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잔에 담았을 때 부스러기가 보이는 것이 신경쓰이기 때문에 디캔팅하는 것이 좋다.

▲ 와인디캔터 <사진제공=그랑벵코리아>
●풍미가 닫혀 에어레이션(Aeration)이 필요할 때
에어레이션은 와인의 풍미를 열고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와인을 산소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와인을 디캔터에 서서히 부으면 와인이 공기와 접촉해 산소를 마시게 된다. 이렇게 와인에 숨을 쉬게 하면 와인향기와 맛은 풍부해지고 탄닌은 완화돼 더욱 부드러워져서 한결 더 복합적인 와인이 된다. 사실 침전물을 걸러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풍미를 여는 것이 디캔팅의 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침전물이 많더라도 디캔팅을 해서 향을 잃는다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테이블을 멋있게 꾸미고 싶을 때
​멋있는 디캔터 안에 와인이 담겨있으면 맛이 더 좋아 보이고 테이블 분위기를 근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오래된 올드 빈티지의 고급 와인을 마실 때뿐 아니라 손님을 초대해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경우 소믈리에에게 디캔팅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집에 지인을 초대했을 때 디캔터에 담아 와인을 서빙하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길 때처럼 멋스럽고 고급스러운 식탁이 될 수 있다.

화이트 와인 디캔팅이 필요한 경우

레드 와인을 디캔팅하는 것은 보편화돼 있지만, 샤르도네처럼 풀바디한 화이트 와인의 경우 디캔팅하면 레드 와인과 마찬가지로 공기와 접촉하면서 더욱 향이 풍성해지기도 한다.
예로써 오스트리아의 와인업자인 프란츠 히르츠베르거(Franz Hirzberger)와 엠머리히 크놀(Emmerich Knoll)은 리슬링 와인의 마지막 잔이 항상 첫 번째보다 향기가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같은 현상은 화이트 와인의 산화 효과 때문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고급 그랑 크뤼 화이트 와인인 경우 소믈리에들이 디캔터에 담아 서비스할 때 와인이 한결 더 맛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와인 디캔팅하는 시간   
디캔팅하는 시간은 몇 분에서 한 시간까지 다양하다. 아주 오래된 와인은 공기와 접촉하면 쉽게 맛이 변하기 때문에 마시기 직전 몇 분이면 충분하다. 반면에 영한 레드와인은 한 시간 가량 디캔터에 유지해 둔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와인은 마시기 15분 이내에 디캔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데, 오래된 와인은 향이 잘 발산되고 공기와 접촉하면 맛과 향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캔팅을 하면 특유의 향기나 맛이 날아갈 염려가 있으므로 디캔팅한 와인은 가급적 바로 마시는 게 좋다.    

▲ <사진제공=그랑벵코리아>
디캔팅 서비스 순서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가 진행하는 디캔팅 서비스는 절차와 방법이 다소 복잡하며, 고객을 위한 전문적 쇼잉(Showing)이 요구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순서와 요령이 필요하다.        
1. 서비스할 와인을 하루나 이틀 똑바로 세워 놓는다. 이렇게 하면 미세한 찌꺼기들이 바닥에 쌓이게 된다. 그래야 디캔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2. 레드 와인은 침전물 때문에 와인병이 흔들리지 않게 와인 바스켓에 넣어 옮기거나 조심스럽게 테이블로 운반한다.
3. 올드 와인의 코르크 마개는 딱딱해지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 와인 마개가 파손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오픈해야 한다.
4. 휴지나 수건으로 와인 병 입구를 닦는다. 입구 안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미세한 찌꺼기들이 묻어나올 수 있다.
5. 병을 비스듬히 눕히고 와인 찌거기가 디캔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레 디캔터에 와인을 따른다.   
6. 침전물이 병 목에 보일 때는 따르는 것을 중단하고 병을 세운다.
7. 오래된 올드(Old) 빈티지 와인은 디캔팅한 후 바로 마셔야 하고, 젊은 와인은 좀 기다렸다가 서비스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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