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와인 산업
기후 변화와 와인 산업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8.02.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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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장· 그랑벵코리아 CEO
지난 수년간 진행돼온 지구온난화 현상은 와인산업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기후는 포도밭을 특징지어주는 자연적인 요소의 포괄적 개념인 떼루아(Terroir)의 핵심요소로서 포도나무 재배, 포도 숙성 그리
고 더 나아가 와인 품질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전 세계 산업분야에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요즈음, 와인산업에서도 많은 논문과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포도재배 방법, 포도 품종 변화, 포도 숙성 및 수확, 와인 품질의 변화 더 나아가 포도 재배 지역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전 세계 와인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산 지역성을 고려해 세심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어떤 문제와 영향이 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기후 변화의 추세와 포도나무

지난 1965년에서 2015년 사이 50년 동안의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약 1.5도 상승했다. 유럽 내에서는 평균 기온이 약 2도 상승했고 최저 기온도 올라갔다. 1948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서부의 포도 재배 지역은 평균 2.9도 상승했다. 포도재배에 있어 평균 기온 상승이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기온 변동폭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기온의 유동성으로 인해서 덥고 추운 날씨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포도나무와 포도알 성숙은 기온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기온을 떼놓고 포도 재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온의 다변성이다. 기온의 편차가 해가 갈수록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폭의 증가가 계속될 경우 전체적인 와인 품질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온 변화가 적은 곳에서 좋은 품질이 좋은 포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나무는 극단적으로 더운 날씨에는 견디기 힘들며 대체적으로 온화한 날씨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바다나 강, 호수 등 물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온도 변화가 적은 편이며, 이런 곳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품질이 좋은 포도를 수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포도나무에 중요한 기후 요소인 강수량은 기온과 연관돼 있다. 기온 변화는 강수량의 패턴을 바꿀 수도 있고, 이러한 기온 변화는 가뭄이나 집중호우가 나타날 수 있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는 기상 이변으로 화재, 가뭄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내리던 비에만 의존하던 전통적인 와인 지역은 앞으로 물을 저장하고 인공 관개를 실시해야 될지도 모른다.

포도 재배의 관련성

기후변화에 따른 포도재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복잡하며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온난해지는 기후는 서리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겨울의 혹한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포도는 익는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성장주기가 짧아지면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 달라지게 되어 포도 품질에 차이가 생길 것이다.
또한 기온의 변화에 따라 포도밭의 수분이 부족하거나 너무 많아지는 시기가 도래하여 포도나무에 연관된 질병이 늘어날 수도 있다.
보르도의 경우에도 9월 10일~10월 10일 사이에 완전히 익은 포도를 얻는 것이 와인 품질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각 포도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최상의 포도 수확을 의미한다. 포도가 잘 익기 위해서는 포도 나무의 수분 상태 관리가 중요한데,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포도 품종의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보르도 지역의 쏘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예전보다 너무 일찍 익어 앞으로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블렌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되고 있다.

포도 조기 성숙에 따른 대응책

포도알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온이 필수적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부분의 와인산지에서는 포도 수확을 이전보다 앞당기고, 포도알의 향미와 페놀이 숙성되기 전에 포도알 당도가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포도나무의 모든 생장 단계가 빨라짐으로써, 최근 아직 더운 여름인 8월에 포도알의 색깔이 변화하면서 익고 있다. 1976년에는 당도 24브릭스(약 12도 와인)면 포도가 완전히 익은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당도 26~28브릭스(약 13~14도 와인)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조기 성숙을 늦출 수 있는 방안으로 포도밭 위치와 방향을 다른 측면으로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포도밭의 관개 시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은 포도나무 수분 상태를 조절하는 방식으로서 포도알이 익기 전 시기에는 포도나무의 수분이 충분하도록 해주고, 포도알이 익어가는 시기에는 적절한 수분 부족을 유도해 품질이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이러한 수분의 공급 부족은 포도알의 페놀이 익는 것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며, 포도알의 당분이 조기에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와인 산지의 변화        

현재 진행중인 추세를 볼 때, 앞으로 50년 이내에 포도 재배 지역은 크게 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 세계 포도나무의 재배 환경은 연평균 기온 12도에서 22도 사이의 지역에서 가능하다. 이 영역이 1965년부터 2015년까지 기온상승으로 인해 80-240킬로미터 더 확대됐다. 그 결과 이전에는 포도 재배가 가능하지 않았던 지역이 포도재배 지역으로 편입되고 있으며, 과거에 포도를 재배했던 지역이 이제는 포도를 재배하기 불가능한 곳도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인 품질 변화에 대한 의견

기후 변화는 포도 품종 및 유명산지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까베르네 쏘비뇽(Cabernet Sauvignon) 위주의 와인은 정점을 지나 클래식 이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그 와인의 품질도 점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와인 산지인 보르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전 세계 다른 지역들도 같은 운명에 놓여있는 것일까?”라는 의견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와인 컨설턴트인 미쉘 롤랑(Michel Rolland) 씨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당분과 탄닌이 더 많이 함유된 까베르네 쏘비뇽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을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가 문제는 되겠지만 해결책으로, 기후가 온난해지면 메독의 보조품종인 메를로 대신 다른 품종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 최고 수준의 빈티지들이 나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와인 산업의 변화 전망과  대응

지난 50년간의 기온 상승은 포도품종 및 재배 방법, 와인품질 그리고 생산지 변화를 초래했다. 유럽에서 온난화 현상으로 이러한 현상이 뚜렷했는데, 최근 남반구의 호주에서 와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포도재배에 악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며, 어떤 지역에는 오히려 더 좋은 포도와 와인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겠지만 양조기술의 발전에 따라 와인 품질은 기후 변화에도 불구하고 향상될 것이라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끝으로 전 세계 와인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은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맞춰 와인 산업에서 요구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과 연구, 정책 등을 내놓아야 한다. 와인 생산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적응력을 갖고 보다 나은 품질의 좋은 와인을 생산해야 하며, 와인 소비자들도 기후 변화에 따라 와인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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