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칼럼] 국가의 동량, 인재를 키우자!
[정용상 칼럼] 국가의 동량, 인재를 키우자!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8.06.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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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장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장

동토의 한 겨울에 봄이 기다려짐은 무슨 이유일까? 추위가 싫어서 따뜻한 계절의 봄을 기다림도 있겠으나, 밑도 끝도 없는 기약없이 펼쳐지는 미움과 저주와 광란의 현실이 싫증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일어설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마치 현 상태를 즐기는듯한 잠룡들의 무개념의 모습으로부터의 탈출을 기대하는 일반국민의 심리상태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1년을 생각한다면 곡식을 키우고, 10년을 생각한다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생각한다면 사람을 기른다고 한다. 세상이 온통 혼돈 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무질서한 정신적 공황상태이다.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키우는 장기적 안목으로 앞으로의 국가와 사회의 안녕을 위한 인재양성에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위기상황에서 영웅도 탄생한다더니만 아무리 기다려도 영웅은 고사하고 소박한 희망을 심어 주는 작은 메시지조차도 접하기 힘든 현실이 참 안타깝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어떻게 준비해 왔기에 어려운 시대를 맞아도 이를 제어할 힘이 없이 마구 휘둘리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치유보다는 생채기를 내서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의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날 국란을 맞아 어렵게 그 위기를 극복하면서 남긴 교훈이나 매뉴얼이 있으련만 그것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유사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은 무슨 사연이며, 그 해결과정 또한 동일한 우를 반복하여 범하는 것은 왜일까? 또 무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갈등의 틀에서 답을 제시하니 그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답일 리가 없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아이와도 같다. 우리가 그 꼴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때마다 국가원로의 부재에 대해 늘 아쉬움을 가졌다. 여론을 주도할만한 종교지도자도 사회지도자도 정치지도자도 없는 이 상황에서 그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무리지어 사람을 많이 동원한 쪽이 이기는 식이란 말인가! 사회적 어려움이 닥칠 때마나 느끼는 것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그 근원적 해결방안을 가지고 나서는 정부도 단체도 개인도 없었다. 오직 다수의 힘으로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책은 덮어 두고 임시봉합하면서 권력이나 이권을 탈취하는 식의 문제해결방식을 택해 왔던 것 같다. 전에도 이번에도 앞으로도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미개인이고 바보들의 군집이다. 한두번도 아니고 늘 바보식 땜질처방과 도둑식 이익챙기는 그것이 교훈이자 매뉴얼이라면 우리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냥 금수처럼 아무렇게나 살면서 적당히 죽는 것이 별로 충격이 아닌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인간세계가 아닌 거의 동물농장에 가까운 관습일테다. 이건 아니다. 우리는 영명하고 현명한 인간이고 민족이기 때문에 결코 그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 번 국란을 계기로 탄핵이다 대선이다의 이벤트성에 관계없이 혁명적 수준의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며, 국민통합을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단기적 일회용 대증요법이 아닌 근원적 해결방책을 세워 새로운 나라로 거듭 나야 한다. 어떤 나라이어야 할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는 나라이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불가항력적인 사변적 상황이 아닌 한 적법절차에 의한 문제해결을 하는 나리이어야 한다. 즉 떼법에 의함이 아닌 적법절차를 금과옥조로 하는 사회분위기의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전체가 건강성을 유지하며 반듯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인물을 키워야 한다. 문제는 교육이다. 교육이 형해화되면 인재양성은 물거품이 된다. 사람을 키우자. 1년을 위한 곡식만 키우려 들지 말고, 10년을 위해 나무를 키우고 100년을 위해 사람을 키우는 일에 국가도 사회도 가정도 나서야 한다. 영특하고 돈 잘 버는 오로지 합리적 영재가 아닌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터득하여 반듯한 질서를 견인할 수 있는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사람을 키우지는 못할망정 사람 죽이는 일, 인격을 매장시키는 일을 스스로 또는 끼리끼리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산을 생각하듯이 한 영혼 한 영혼을 하늘같이 생각하며 키우고 또 키워서 국가의 동량을 세워 가야 하는데, 우리의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전 분야에서 대체적으로 후진양성에 인색하다. 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최근 우리나라 법학교육인구가 3분의 1로 급감한 상황이라던가, 법치발전이 필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중등교과과정에서 법과목을 폐지해버린다든가, 국가시험에서 법과목을 다 빼 버려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기관의 공직채용시험에서도 법과목이 홀대 당하여 거의 채택되지 않아 법을 전혀 모르고도 자리에 앉아서 법의 보호를 갈망하는 피해자를 앞에 않혀 놓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슨 수로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고도의 과학기술의 시대를 맞으면서도 과학자가 연구소를 떠나게 하고 기술자가 혐오직종으로 패대기쳐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무엇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별 볼 일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야 무얼 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모조리 대학엘 다 보내는 세계 제일의 대학인구를 가진 우리나라가 과연 교육선진국일까?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키우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한다. 외골수의 편협하고도 이기적인 인간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통섭과 융복합의 넓은 품을 가진 인간을 길러야 한다.

100년을 내다보고 인간을 기르는 일을 제일의 정책과제로 삼아 영혼이 건강한 인간을 키우자.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인재대국, 인물천지를 만들자!

정용상(동국대 법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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