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성 칼럼] DIFC, 두바이 혁신의 중심지

2004년, 두바이 정부 및 쉐이크 모하마드는 두바이를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다.
두바이는 석유가 많이 나는 다른 이웃 국가들과 다르게 산유량이 거의 없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비슷한 시기, 2003년 12월, 한국 정부 또한 ‘동북아 금융헙, 로드맵’을 발표하며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서 한국을 아시아 3대 금융 허브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두바이가 한국보다 금융산업을 하기에 (지리적 이점을 제외한) 안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한국보다 국제금융센터가 잘 발달한 상황을 쉐이크 모하마드 두바이 통치자의 비전과 연관지어 이야기 하려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수적이고 민족주의 적인 성격이 강한 아랍사회의 모순적 현실에서 어떻게 DIFC가 지도자의 계획으로 중동 금융의 중심이 되었는지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

DIFC, 두바이 국제 금융 센터의 태동
DIFC(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는 2004년 두바이의 통치자 쉐이크 모하마드 왕에 의해 주도-개발된 국제금융센터로 두바이 신도심의 가장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두바이 내에서도 아주 독특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독특한 것은 이곳이 통상적인 UAE의 법이 적용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내가 살아오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낀 두바이 금융 이야기 먼저 시작해 보자.

두바이 은행의 이자와 금융상품
두바이에 약 6년여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는 기간을 지내오면서 이 나라에서 ‘저축’이라는 개념에 대한 다른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20대 때 읽어 온 일반적인 재테크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들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것이 바로 은행상품을 이용한 ‘저축’ 혹은 ‘적금’이었기에 두바이의 생활에서 이러한 개념은 점점 무의미해져 갔다.
무슨 말인가 하니, 두바이 은행은 이자가 0%라는 점이다. (물론, Savings Account는 아주 약간의 이자가 있다.) 내가 아무리 돈을 열심히 벌고 은행에 저금을 해봐야 매년 두바이 평균 물가 상승률 약 2~4%에 상당하는 저금수익을 얻지 못하니 두바이 은행에 돈을 묵혀두는 것이 언젠가부터 아주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적금 같은 개념도 있고 이율도 나쁘지는 않지만 일반 계좌에 이자가 전혀 없는 점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두바이 생활 1년차에는 젊은 패기에 번 돈을 다 써버렸고, 2년차에는 돈을 다른 곳에 쓸 방법이 없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하튼 한국에서 살 때보다 금융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실제로 주변에서 두바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지인은 본 적이 없다.
원인을 찾다가 내가 무슬림의 나라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알라를 믿는 사람들인 무슬림이 따르는 코란이라는 책에 담긴 샤리아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슬람 금융과 사리아 법 그리고 국제금융센터의 모순
혹시 샤리아 법이라는 무슬림들이 지키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Shari'ah는 절대신 알라에게 순종하는 무슬림 공동체에서 내인 알라의 계명을 표현한 의무 체계이다. 본래의 뜻은 ‘물 마시는 곳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여튼, 이 샤리아법을 따르는 금융 상품들은 아래와 같은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1. 이자를 주고받는 것은 금지된다. 공유된 수익이 이자를 대신한다.
2. 돈으로 돈을 거래할 수 없다.
3. 돈은 이익을 얻고 팔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4. 돈은 샤리아에 적합한 윤리 산업에 투자되어야 한다.
*“샤리아 금융의 이해-서구경제에 대한 무슬림의 도전”, 패트릭 숙데오, 2009 발췌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하고, 1번과 2번은 갸우뚱하지 않은가? 국제금융센터를 이야기하는데 이슬람법에서는 현대 서구 금융의 기본 중의 기본인 이자를 금하고 있단다. 돈으로 돈을 거래할 수 없다니 그렇다면 이런 기본적인 이자율의 개념이 없는 두바이에서 선물, 주식, 파생상품 등 공부하지 않으면 알기도 쉽지 않고 매우 복잡한 금융 상품들의 거래는 가능할까?
그야말로 이슬람 전통법과 국제금융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비전 사이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DIFC 자치 정부의 구성과 쉐이크모하마드의 비전, Common Law의 적용
두바이의 국왕(공식적으로는 통치자라 부른다)인 쉐이크 모하마드는 두바이를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2004년 공표를 하면서 DIFC를 세계적인 금융시장인 런던에서 거래를 하는것과 같은 국제금융센터로 만들겠다고 발표한다.
여기에 두바이의 독립적인 Free Zone으로서 외국인에게 회사 지분의 100%소유를 인정하고 50년 동안 법인세 면제를 공언했다.
가장 획기적인 것은 법체계이다. 앞서 말한 샤리아법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두바이 통치자는 독립적인 자치정부 구성안을 내놓는다. 행정, 사법, 감독 기구의 활동이 모두 DIFC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핵심은 모든 금융경제활동을 가능하게 (쉐이크가 모하마드가 말한 것처럼 런던과 같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하는 영국보통법을 모델로해서 제정된 사법체계에 있다. 이를 위해 DIFC내의 모든 문서는 영어가 기본이다. (UAE의 모든 공문서는 아랍어가 기본으로 사용되고 영어는 그저 번역일 뿐이다.)
아무튼, 이 글의 논제인 샤리아법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두바이 통치자의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DIFC를 다시 보자.
UAE를 지배하던 나라인 영국의 보통법이 적용된 법체계가 시내 중심부에 버젓이 있는 곳이 바로 DIFC인 것이다. 반영국 정서가 UAE에서 심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한국을 식민지화 했던 일본의 보통법이 명동 한가운데 적용되어 있고 일본사법 재판관들이 그곳에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실제로 DIFC 재판관들의 대부분이 영국을 비롯한 British Common Wealth국가 출신이다.

두바이 혁신의 중심지, DIFC의 미래와 앞으로의 비전

쉐이크 모하마드의 비전 아래 금융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DIFC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민족보다는 국민이 먼저다”와 같이 무수히 많은 명언을 남긴 쉐이크 모하마드의 말처럼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해 반민족적인 정서(UAE시내에 영국재판관 채용)보다 불가능(금융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이슬람 샤리아법의 한계)을 가능(세계와 금융거래가 자유롭게 가능한 현재 DIFC의 모습)하게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과 추진력은 DIFC의 성공을 보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2018년 5월 현재 DIFC에는 수많은 국제 금융 회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24시간 내내 전세계 어느 곳과도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무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 곳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DIFC의 랜드마크인 Emirates Towers (참고 : 우리나라 쌍용 건설이 건설) 앞에는 세계최초로 3D프린터로 만든 건축물이 이미 건설이 되었으며 쉐이크 모하마드는 2016년 5월 개관식에서 두바이 3D프린터 전략 2030을 발표하였다. 또한 현재 두바이 미래박물관 (Museum of the Future)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으며 DIFC를 두바이 미래기술산업 중심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두바이의 대표적인 도심으로서 앞으로의 발전 또한 매우 기대가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