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칼럼] 사실상의 통일과 제도적 통일을 병행 추진하자!
[하정열 칼럼] 사실상의 통일과 제도적 통일을 병행 추진하자!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8.07.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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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열 국방안보포럼 상임위원장,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예비역 육군소장, 북한학 박사, 시인, 화가, 소설가, 칼럼니스트.
하정열 국방안보포럼 상임위원장,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예비역 육군소장, 북한학 박사, 시인, 화가, 소설가, 칼럼니스트.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징후가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조되었던 한반도 전쟁분위기가 평화분위기로 전환되었다. 남북 정상간 두 차례의 판문점 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고, 남북한 간의 각종 실무회담이 개최되면서 교류협력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남북한 간의 다양한 만남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잠재워졌던 평화통일에 대한 불씨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이다.
  당장 평화통일을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교류협력이 지속되면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의 한반도의 모습이다. 즉 최종목표는 평화통일에 두어야 한다. 평화통일을 위한 당면목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공존을 실현하며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남북이 지리적 통합과 주권의 통합을 의미하는 완전한 통일을 당장 이루기는 어렵다. 우선 제도적 통일이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즉 남북이 상호교류와 협력을 심화시켜 사실상의 통일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구현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원론적으로 보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통합적 수렴이다. 단계적으로는 분단역사의 전개순서를 되돌아가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되돌아가자면 무엇보다 먼저 6·25전쟁으로 갈린 민족 분단을 봉합해야 한다. 여기엔 상호 신뢰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능한 조기에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서로 상이한 사상과 제도를 가진 채 6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은 집단적이고 권위주의적 통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계급성과 혁명성을 강조하면서 농업 중심적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남한은 다원화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산업사회와 도시사회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실상의 통일 상황은 남북한 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교류협력이 제도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어 평화체제가 정착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남북 주민간의 적대감은 해소될 것이다. 두 개의 상이한 사회체제도 빠른 속도로 동질화 과정에 들어설 것이다. 남북연합을 통해 남북한 간에 상생공영의 분위기가 정착되고 통일여건이 성숙되면 마지막 단계인 통일국가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통일국가란 남북연합단계에서 구축된 민족공동의 생활권을 바탕으로 남북한 두 체제의 기구와 제도를 완전히 통합한 정치공동체로서 ‘1민족 1체제 1국가’의 단일국가를 의미한다. 통일국가는 단일민족 국가로서 7천 5백만 민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며,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 및 인간존엄성이 보장되는 선진일류국가를 의미한다.
  통일국가의 완성은 통일헌법(統一憲法)이 제정되어 발효되는 때가 기점이 될 것이다. 남북한 주민이 합의한 통일헌법이 이행되고 실천되는 단계이다.
  통일국가의 가장 중요한 통합과제는 무엇보다도 국가체제의 완비이다. 관료체제를 정비하여 통일국가의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 실질적인 통합단계 또는 통일초기에는 남북한의 기존조직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환경에 맞는 행정조직으로 개편하는 방법이 효율적일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재산소유권, 고용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과 막대한 통일비용에 따른 경제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다가올 화해·협력단계나 남북연합단계에서는 가능한 많은 분야에서 북한 경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로 변화시켜 남북경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통일비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북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치관의 갈등과 심리적 불안 등을 치유토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민교육이 중요하다. 두 사회의 갈등이 해소되고 동질성이 회복되어야 실질적인 통일이 달성되고, 안정된 통합을 이루게 된다.
  남북연합의 형태에서 통일국가로 들어서는 시점은 평화통일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통일을 완수하기 위한 통일과제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통일단계는 남북연합체제의 제도화가 심화되고 공고해지는 남북연합의 성숙기부터 시작된다. 제도적 통일을 이루기 이전에 남북한 양 체제가 실질적인 부분에서 유기적인 상호작용과 자체적인 체제의 결합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두 체제를 물리적으로 결합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은 통일국가로의 이행절차와 경과조치 등에 대해 협의하여 최종적으로 ‘통일조약(統一條約)’을 채택해야 한다. 통일조약은 형식상으로 국가 간의 조약과 같은 절차를 거쳐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조약은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로서 민족내부간의 법적 합의문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통일헌법은 통일국가의 이념과 국가의 기본질서를 정하는 근간으로 통일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통일헌법과 병행하여 남북한 간 법과 제도의 통합이 실시되어야 한다. 남북이 물리적인 결합을 하기 이전에 법과 제도의 통합과 정비는 체제의 동질성 확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남북한 군대의 통합 문제는 평화통일이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 사안이다. 따라서 남북한은 통합단계에서 남북한 군사통합의 기본 틀뿐 아니라 절차적 문제도 합의해야 한다.
  남북한이 법적·제도적 통일을 달성한 후에는 생활조건의 균형적 발전과 내적 통합이라는 과제의 수행이 중요하다. 통일 직후에는 상이한 체제, 제도와 문화의 과거 유산들이 아직 존속하고 있으므로, 여러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두 국가 통합에 대한 여러 제도적 문제 해결이 급선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측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양측 지역의 경제와 생활수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통일은 단순히 지리적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화되었던 민족이 다시 동질화되어 가고 민족공동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법적·제도적 통일을 통해 국가를 합치는 것보다 민족의 재통합을 이루는 것이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이 된 후 25년 이상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唆)로 삼아야 한다.
  아직은 때 이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평화체제 정착을 준비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 길이 곧 민족의 살 길이다.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외세의 간섭을 제한하는 전략이다.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교류협력이 시작되는 현 시점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이후의 모습을 그려보는 이유이다. 큰 목표를 갖고 바둑판 전체를 바라보면서 한 수 한 수 두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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