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게시판에 잘못된 예보 제기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삭제'
기상청 게시판에 잘못된 예보 제기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삭제'
설훈 의원“ 공공기관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호 필요....자의적 삭제 관행 개선되어야 ”
  • 정석철 기자
  • 승인 2018.10.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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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정석철 기자=지난 8월 24일 제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면서 시민들은 기상청의 예보가 수시로 바뀌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됐다. 기상청은 21일엔 태풍 솔릭이 24일 충남 보령에 상륙한뒤 내륙을 통과한다고 예상했다가 22일엔 상륙지역을 전북 군산으로, 23일엔 전남 목포로 바꿨다. 실제 솔릭은 23일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에 상륙했다.
 

시민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일부 시민은 기상청 홈페이지를 찾았다. 시민 이 모씨는 기상청 홈페이지에 "강수량도 그렇지만 풍속은 정말 심하게 과장되서 예보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씨는 "기상청 예보가 다소 과장됐다"며 조목조목 문제점 지적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글은 기상청 내부적으로 공유되지 않고 직원 1명만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설훈의원
설훈의원

지난 2016년 8월 26일 시민 윤 모씨는 기상청 홈페이지에 "기상청 슈퍼 컴퓨터에 우리 날씨에 맞는 우리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게시판의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삭제됐다. 기상청에 대해서 '칭찬과 격려'를 해야 하는 게시판인데 오히려 기상청에 대해서 비판글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기상청이 최근 5년동안 홈페이지에 시민들이 올린 각종 의견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삭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부적으론 의견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으며 각종 비판이 일자 게시판을 아예 없앨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상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상청이 홈페이지에 올라간 시민들의 글을 삭제한 건수는 총 265건이었다.
 
삭제된 건들은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에 대한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예를들어 올해 4월 최 모씨가 자유토론 게시판에 올린 '기상청 뇌물 폭로 글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판 취지와 부합되지 않는다"면서 삭제됐다. 배 모씨가 자유토론 게시판에 올린 '기상청 민원이 너무 어렵다. 여러분의 생각은?'이라는 글도 같은 이유로 삭제됐다. 자유토론 게시판은 기상청이 기상업무·지식과 관련해서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시민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자 글을 삭제한 것으로 설 의원실은 보고 있다.
 
기상청의 오보를 비판하는 '오보청', '구라청' 등 단어가 들어간 경우에도 삭제됐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자유토론, 날씨체험수기, 칭찬과격려, 지식샘 등 총 4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 1명을 전담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내규를 통해 삭제 여부를 판가름한다. 예를들어 특정단체나 특정일을 비방하거나, 영리목적인 경우, 욕설·음란물인 경우 등이 예다. 하지만 직원 1명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다보니, 기상청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경고 없이 삭제하게 된다.
 
문제는 건실한 제의나 요청도 전혀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지난해 3월 최 모씨가 올린 "기상청 홈페이지 개편 후 전일 지역별 강수량, 기온 등 과거자료를 확인할 수가 없다"며 "예전 홈페이지에서 있었던 기능을 다시 넣어달라"는 요청글에 대해 기상청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박 모씨가 "거제도 촬영이 있는데, 예보가 번번이 틀려서 일정만 계속 틀어지네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방 예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 없나요"라는 글을 올렸지만 묵살됐다.

이에 대해서 기상청은 "게시판 의견 수렴하여 상부에 별도 보고하지 않는다" 며 "4개 게시판의 별다른 기능이 없기 때문에 곧 폐지할 예정이며, 국민들은 기상청 홈페이지에 링크로 연결된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비판이 일자 게시판 삭제로 응수한 셈이다.
 
기상청은 날씨 예보가 틀릴때마다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상청 폐지를 주장하는 글도 있고 "일본 기상청이 낫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기상연감에 따르면 한·미·일 3국 기관의 태풍 진로예보 오차에서 한국은 96시간 기준에서 오차가 가장 적었다. 다만, 전체 시간대에선 일본의 예보 정확도가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지속해서 인력전문성 문제 등도 제기되고 있고, 기상예보가 틀리면 손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이어서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훈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공기관에 의견을 표현한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이기에 이는 더욱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게시판 이용자의 게시물을 자의적으로 삭제해 온 다른 공공기관의 관행을 개선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