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상표권 관리실태 심각
대기업집단 상표권 관리실태 심각
대기업 상표관리 정상화를 위한 특허청 상표심사지침 발표
  • 남창호 기자
  • 승인 2014.11.21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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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남창호기자)특허청(청장 김영민)은 대기업집단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 및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기업집단 상표 심사지침을 발표하고,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관리 일원화 및 그간의 비정상적 상표관행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상표법상 그룹 계열사 간이라도 법인격이 다르면 상표법상 타인에 해당하고 따라서 유사한 업종에 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많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룹명칭을 포함한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은 지주회사에서 상표권을 등록하고 계열사에 라이센싱을 준 경우지만 계열사가 직접 그룹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수십개의 계열사가 그룹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하여 사용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희석화 및 상표가치 하락이 우려된다. 예를 들면 10개의 범 H그룹(자동차그룹·중공업그룹·상선계열그룹·백화점그룹·해상화재보험그룹·산업개발그룹 등) 중 H그룹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총 6개로 이들의 100여개 계열사가 H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계속 나가다 보면 곧 H상표는 아무나 써도 되는 것이 되고 결국 브랜드 가치 희석화로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 있다. L그룹 역시 74개 계열사 중 12개 계열사에 상표권이 분산되는 등 상표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서는 해당 L그룹이 상표권을 일원화하여 관리하고 있는 사례와 대비되는 바다.

둘째, 자회사가 직접 그룹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할 경우 인수합병 등으로 계열 관계가 변경된 이후에도 자회사가 그룹명칭을 계속 상표로 사용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의 오인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로 인식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일 수 있다. 실제 L관광은 L그룹과 현재 계열관계가 아니지만 계속해서 L상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셋째, 신생기업이 대기업집단 그룹명칭을 상표로 사용하여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부정경쟁에 해당할 수 있다. 인지도 높은 그룹명칭을 상표에 사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데, 심지어 그에 대한 사용료까지 지불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특허청은 대기업 상표심사지침을 발표하고, 앞으로 대기업 그룹명칭이 들어간 상표는 하나의 상표관리회사 또는 지주회사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출원해야만 등록받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미 등록받아 사용 중인 상표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상표는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계속 등록을 허용할 예정이다.

예를들면 A제과, A호텔, A푸드 등 여러 계열사를 가진 A그룹이 ‘A항공’ 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경우 A그룹 계열사의 상표권을 집중관리하는 지주회사 이름으로 상표가 출원되지 않으면 ‘A항공’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A그룹의 각 계열사가 종전에 각자의 명의로 등록받아 사용하고 있던 상표(예시: A제과, A푸드)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상표(예시: A제과 머핀, A푸드 치킨)를 출원하는 경우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등록해주기로 했다.

박성준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삼성, 에스케이, KT, 엘지, 신세계, 지에스 등 많은 대기업집단들은 이미 상표권 일원화가 완료된 상태지만 아직도 일부 그룹들의 경우 상표권 일원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재벌그룹의 2세, 3세 경영과 함께 지배구조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대기업 상표관리 관행이 지속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인식하에 이러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심사지침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대기업 등록상표에 대해 철저한 실태 조사와 기업 의견을 수렴하였으나 앞으로도 계속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상표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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