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시인’ 이원규 11년만의 신작시집 2권 동시 출간
‘지리산 시인’ 이원규 11년만의 신작시집 2권 동시 출간
인사동 마루에서 6월26일-7월2일 초대 사진전도 열어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영락)
신작시집 <달빛을 깨물다>(천년의시작)
  • 정석철 기자
  • 승인 2019.06.25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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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정석철 기자= 지리산으로 내려가 21년째 살고 있는 이원규 시인이 11년만에 신작시집 2권을 동시에 펴냈다.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도서출판 영락), <달빛을 깨물다>(시작시인선 293)를 출간하며 인사동 마루갤러리에서 초대 사진전(6월26-7월2일)도 연다.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는 시와 사진이 어우러진 한국 최초의 시사진집이다. 51편의 신작시에 10년 동안 이원규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였다. 시집 <달빛을 깨물다>도 2008년 <강물도 목이 마르다> 이후 11년만에 내보이는 신작시집이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이시인은 21년 동안 지리산 빈집을 전전하며 8번 이사를 했다. 지금은 섬진강 건너 백운산 매화마을 인근에 거처 ‘예술곳간 몽유’를 마련했다.

지리산과 낙동강 도보순례 등 3만 리를 걸으며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구둘레 27바퀴 거리인 110만km 이상을 달렸다.

길 위에서 시를 쓰며 독학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번 시사진집은 시와 사진이 따로 또 같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사진이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는 가슴과 머리와 붓으로 쓰는 게 아니라 ‘시는 발로 쓰는 것’이라며 족필(足筆)의 시학을 주창하는 이원규 시인이 지리산과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시를 쓰고, 이 땅 곳곳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와 우리의 토종 나무들 위로 떠오르는 별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지난 10년 동안 안개와 구름 속의 야생화(몽유운무화)를 담고, ‘별 나무’ 사진을 찍으며 그 현장에서 시를 써왔다. ‘카메라로 시를 찍고 시로 사진을 찍는 일’에 몰두해온 결과물이다.    

 
 오지마을의 야생화와 별 사진 찍으며 건강 되찾았다

10년 순례의 길 위에서 얻은 결핵성늑막염으로 건강이 무너졌을 때 우리나라 야생화의 놀라운 생명력에 주목했다. 홀로 전국의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야생화와 별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건강을 되찾았다.

‘별 볼 일 없는 세상’에 밤마다 홀로 별천지를 찾아 헤매었다. 오지에서 야영을 하며 밤새 지난 인생을 복기했다. 이번 시집은 인생과 순례와 몸과 별과 꽃의 한 바탕 춤이다.              

이미 <돌아보면 그가 있다> 등 5권의 시집과 3권의 산문집을 펴낸 바 있는 중견시인 이원규는 그동안 5번의 사진전을 여는 등 사진가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문재 시인은 그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족적을 돌아보면 한반도 남쪽이 다 자기 영토다. 낙동강 줄기를 두 번, 지리산 둘레를 세 번 걸어서 돌았다. 4대강 줄기를 다 걸었고 1년간 탁발순례를 하며 남도 땅을 밟았다.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지리산에서 임진각까지 오체투지를 지원했다.

가히 ‘걷기의 제왕’이다.그는 요즘 밤하늘의 별과 지상의 나무가 한 프레임에 들어가는 ‘별나무’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야생화보다 훨씬 까다롭다. 반경 40㎞ 이내에 도시가 없어야 한다.

달이 뜨거나 날이 흐리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한 나무를 3년 이상 지켜봐야 겨우 한 컷이 나온다. 이 시인은 ‘천생 사진가’가 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전국을 걸으며 장소 헌팅을 해놓은 데다, 모터사이클로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기동력이 있다.

게다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50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그가 한층 미더워 보였다.

그의 시와 글, 사진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신작시집 2권 동시출간과 인사동 마루갤러리 사진초대전 연다

이원규 시인은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에 이어 신작시집 <달빛을 깨물다>(천년의시작)를 6월 하순에 연이어 출간한다. 그의 6번째 시집과 7번째 시집이 거의 동시에 출간됐다. 그리고 두 권의 시집출간에 맞춰 인사동 마루 갤러리에서 6월26-7월2일까지 사진초대전 <별나무>(The starry Tree)도 열린다. 사진전 오픈은 6월26일 오후 6시, 시집출판기념회는 6월29일 오후 3시 마루갤러리. 지리산 21년, 그리고 11년 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두 권의 신작시집과 한반도의 토종나무 위로 떠오르는 별들을 담은 ‘별나무’ 개인사진전으로 돌아왔다.

 

         <시인의 말>

 지리산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어느새 입산 21년차를 맞았으니 ‘나 여기 잘 살아있다’고 부표 하나 띄우고 싶었다. 10년 동안 4대강 등을 순례하느라 용량초과의 사람들을 만났다. 잠시 몸이 무너지고서야 다시 입산 초심의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일단 혀를 말아넣고 산에 올랐다. 구름과 안개 속에 얼굴 가린 야생화를 만나고 우리 토종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별들을 보았다. 낡은 카메라로 시의 맨 얼굴을 찍어보고 싶었다. 야생화와 별들이 나를 살렸다.

 

 


<본문의 시 한 편>


   몹 시

           이 원 규


당신이 몹시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프다, 는 말보다
몹시, 라는 말이 더 아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몹시의 발원지
몹에서 입을 꽉 다물고
시에서 겨우 입술을 뗍니다
그날부터 나의 시는 모두 몹시가 되었습니다

걸어서 지구 열 바퀴를 돌면
달까지, 당신의 뒷면까지 가닿을 수 있을까요

얼굴이 몹시 어둡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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