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에 발견한 보석같은 ‘정태병 동화집’
해방기에 발견한 보석같은 ‘정태병 동화집’
<저자 인터뷰> 엮은이 이동순 조선대 자유전공학부 조교수와 인터뷰
  • 이미성 기자
  • 승인 2015.01.2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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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 이미성기자)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는 전 분야에 걸쳐 암흑기를 경험해야 했다. 특히 문학과 예술분야는 그 정도가 심했다. 어린이에 대한 관심 또한 적어서 그들을 교육시키거나 따뜻하게 위로할 동화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흘러 진흙 속에 숨겨져 있던 보석처럼 빛을 영롱하게 나타낸, 어두웠던 그 시기와 어울리지 않는 책 한권이 출판되었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정태병 작가의 동화집으로, 순수한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에 대해 엮은이 이동순 조선대 자유전공학부 조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자신의 색을 잃지 않은 민족운동가 그리고 동화작가
해방기는 문학계의 암흑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숨겨진 곳곳에서 그 시기가 단순히 암흑만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발견된다. 정태병 작가의 동화집도 그러한 실증적 증거들 중 하나이다. 특히 정 작가는 전라남도 광주 지역 최초의 동화 작가로서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정태병 작가
정 작가는 전라남도 영광에서 출생했다. 작품활동 이전에 보여준 뚜렷한 행보로는 일본강점기에 일본에 대항하는 민족운동 참여가 있다. 영광체육단 사건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일본이 이 집단을 빌미로 영광지역 민족운동가들을 소탕하려 한 사건을 말한다. 그때 정 작가 또한 연루되어 법적 처벌까지 받았다.
그가 동화작가로 등장한 때는 1939년 1월로, 매일신문 신춘현상 공모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정 작가는 동화를 꾸준히 발표해 왔으나 대부분의 행적은 묘연하다. 발견된 기록에는 해방된 이후 광주지역 신문사에서 잠시 근무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내 서울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서울에서 조선동요전집을 엮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조선동요전집은 일본강점기에 우리 작가들이 우리말로 지은 동요들을 한꺼번에 엮어내는 대작업이었다. 총 4권을 목표로 진행되었으나 애석하게도 발행은 1권만 이루어졌다. 조선동요전집은 해방 후 최초의 동요 전집으로 의미가 크다. 정 작가는 6·25를 겪으면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월북으로 작품들까지도 알려질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동순 조교수의 각고의 노력으로 감추어진 작품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정 작가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어렵고 험난한 시기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당시 외국 동화를 모방하거나 재구성하는 작품들 사이에서 자신의 뚜렷한 색을 나타내며 그 시대는 물론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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