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색을 잃지 않은 민족운동가 그리고 동화작가
해방기는 문학계의 암흑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숨겨진 곳곳에서 그 시기가 단순히 암흑만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발견된다. 정태병 작가의 동화집도 그러한 실증적 증거들 중 하나이다. 특히 정 작가는 전라남도 광주 지역 최초의 동화 작가로서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그가 동화작가로 등장한 때는 1939년 1월로, 매일신문 신춘현상 공모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정 작가는 동화를 꾸준히 발표해 왔으나 대부분의 행적은 묘연하다. 발견된 기록에는 해방된 이후 광주지역 신문사에서 잠시 근무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내 서울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서울에서 조선동요전집을 엮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조선동요전집은 일본강점기에 우리 작가들이 우리말로 지은 동요들을 한꺼번에 엮어내는 대작업이었다. 총 4권을 목표로 진행되었으나 애석하게도 발행은 1권만 이루어졌다. 조선동요전집은 해방 후 최초의 동요 전집으로 의미가 크다. 정 작가는 6·25를 겪으면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월북으로 작품들까지도 알려질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동순 조교수의 각고의 노력으로 감추어진 작품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정 작가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어렵고 험난한 시기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당시 외국 동화를 모방하거나 재구성하는 작품들 사이에서 자신의 뚜렷한 색을 나타내며 그 시대는 물론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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