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하나의 단어가 갖는 묵직한 울림
한 글자, 하나의 단어가 갖는 묵직한 울림
유재 임종현의... 함축된 서예술 작품 세계
  • 정석철 기자
  • 승인 2020.02.04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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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정석철 기자=그동안 다양한 기획의 전시로 서단의 주목을 받아온 유재 임종현 작가가 隻辭揮染척사휘염(=한 글자나 한 단어로 된 서예작품)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연다.

[사진설명]임종현,공(空)
[사진설명]임종현,공(空)

작가는 世人들은 물론 서예와 미술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며 2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인사동 소재 백악미술관에서 화선지가 아닌 캔버스에 작업을 한 서예작품 25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설명]임종현,꿈
[사진설명]임종현,꿈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서예라는 분야가 인문학적 장점과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손끝에서 나오는 재주로 인식되거나 올바른 성정을 배양하는 도구로만 여겨지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사진설명]임종현,無
[사진설명]임종현,無

또한 서예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방식을 고수하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서예의 현대적 창작의 배경과 그 필요성에 대한 담론과 회고와 반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유재 임종현의 서예전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사진설명]임종현,반야(般若)
[사진설명]임종현,반야(般若)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주안점을 두고 전개해 나가고 있다.

첫째로, 전시 타이틀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이 형식의 단일화를 통한 타자와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한 서예가가 이 시대 서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문(文)과 묵(墨)의 합치를 단순하게 이뤄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사진설명]임종현,심시불(心是佛)
[사진설명]임종현,심시불(心是佛)

또 하나는 재료의 탐색과 전이에 있다. 기존의 서예가 화선지라는 재료의 시간적 한계, 즉 보존성의 한계와 전통표구와 현대 건축물과의 괴리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캔버스에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전통 서예의 장점은 살리고 보존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뜻하고 신선한 재료의 사용으로 ‘고루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객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렇게 새로운 매체의 사용은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킨다.

[사진설명]임종현,유예(遊藝)
[사진설명]임종현,유예(遊藝)

흑백의 범주 안에서 그동안 다루었던 재료와는 다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서예라는 토양에서 잉태되고 창출되어온 튼실한 뿌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진설명]임종현,정관(靜觀 )
[사진설명]임종현,정관(靜觀 )

이러한 확고한 신념아래 제작한 작품들은 영롱한 정신성과 시대성을 발산하고 있다.

작품에 쓰여진 글씨들은 기교를 최대한 절제했다. 글씨를 잘 써서 어여삐 보이고자 하지 않았으며, 작가의 존재의 의미와 심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에 집중했다. 또한 새로운 재료들은 어설픈 시도가 아닌 전통의 그것에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전통 서예에서 보이는 발묵(먹의 번짐)과 갈필(붓이 빨리 가면서 나타나는 거친 표현) 등 다양한 효과가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도록 작업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서예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사진설명]임종현,中
[사진설명]임종현,中

이번 전시는 한 글자나 하나의 단어가 갖는 묵직한 울림을 그대로 표현해서 관객과 호흡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내밀한 생각을 새로운 재료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설명]임종현,진일보(進一步)
[사진설명]임종현,진일보(進一步)

한편 서예가 임종현은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서예의 미래를 모색하는 작가의 선봉에서 왕성한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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