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려준 연주... 가야금 젊은 명인 이예랑
신이 내려준 연주... 가야금 젊은 명인 이예랑
“가야금으로 소통하며 서로 더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고 연주하겠습니다”
  • 김재윤 기자
  • 승인 2015.11.0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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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젊은 명인 이예랑.
(내외통신=김재윤기자)“대한민국의 자랑, 바로 가야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환하게 웃으며 가야금을 전하는 아름다운 이가 있다. 최연소 대통령상 수상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수자인 이예랑 젊은 명인이다. 그녀의 삶은 가야금으로 이어졌고 가야금은 그의 삶으로 용해되었다. 가야금 선율 같은 그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예랑은 전주 출신 국악 명가에서 국악 신동으로 자랐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성음을 가진 연주자로 촉망받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학사·석사를 수석으로 마쳤고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앓음다움’이라는 가야금 산조 앨범을 발매해 품절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고, 쌍둥이 가야금 듀오 ‘가야랑’으로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야금 대중화에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1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대통령상 수상 10주년기념, 이예랑 가야금 독주회 ‘앓음다움’이 펼쳐졌다. 앓고 난 이후에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이 발현된다는 의미로 진정한 앓음다움이 빛나는 무대였다. 국악과 교수로부터 이예랑의 가야금 연주는 신이 내린 가야금 연주라는 공연 후기담을 들을 수 있었다. 가야금이나 국악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예랑 가야금 연주를 보고 듣고 나면 가야금을 좋아하게 되고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명인이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예술가이며 가야금 그 자체가 된다. 
 
가야금과 부모님이 전부인 소녀, 이제 나라에도 효도하는 연주인이 되고자
지금은 소리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북 전주, 그곳에서의 가야금 열풍은 옥계 변영숙 교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야금 선풍을 일으킨 숨은 공로자 변영숙 교수는 이예랑의 어머니이다. 이예랑은 “생각해보니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가야금 소리를 들었겠지요? 태어나 세상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이 바로 가야금 소리였던 거죠. 그리고 장난감 인형대신 가야금의 ‘부들’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나요.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인형 하나 없이 저는 가야금을 친구삼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가야금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야금을 배워볼 생각보다도 공부 욕심이 많았어요.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식들을 위해 늘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반드시 부모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학교와 집이 생활의 중심이었고 밖으로 나가서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렇게 학과 공부에만 착실했던 제가 사랑에 빠지듯 어느 날 가야금에 소리에 매료되어 이제는 음악으로 나라에도 효도하는 연주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라며 가야금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운명처럼 다가온 가야금 소리 
“중학교 3학년 겨울 무렵 고입 시험이 끝나고 3월 입학할 때까지 방학이 길어 집에서 어머니의 가야금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때 매일 듣던 가야금 소리가 새삼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서 한 곡만 가르쳐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일주일 만에 그 곡을 다 배웠는데 어머니께서 ‘30년 가야금을 가르쳤지만 이렇게 잘하는 학생이 없었다’고 극찬을 해주셨죠. 사실 그땐 고슴도치 어머니가 가야금에 관심 없던 절 꾀어내기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적어도 3년을 연마해야 곡을 저는 단 7일 만에 끝낸 거였어요. 어머니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전공을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에 입학 후 음악선생님이 가야금 콩쿨을 추천해주셨거든요. 참가해서 입상만하면 음악시험을 면제해준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셨어요. 그래서 참가를 결심하고 대회에 나갔는데 그간 제가 다녔던 콩쿨과는 스케일이 다른 대회더라구요. 순간 겁을 먹고 기권을 하려했는데 어머니께서 장구채로 절 야단치셨어요. 상은 못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포기는 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래서 맘을 가다듬고 출전했는데 하필 두 번째 순서라 더 긴장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무대 위에 올라가 조명이 비쳐지는 순간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긴장감이 설렘으로 승화되었고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르러 준비한 곡을 열심히 연주할 수 있었어요. 연주가 끝날 때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여러모로 너무 감정이 복받쳐 올랐던 것 같아요. 그때 심사위원이 따라와 왜 우는지 물어봤거든요. “계면조가 본디 슬픈 가락이죠”라고 대답했어요. 
감사하게도 그 대회에서 제가 최우수상을 수상 했어요. 바로 1996년 9월 7일이예요. 정말 놀랐던 기억이 선명해요. 고등학교 1학년이 최우수상을 받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죠. 어머니 말씀처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연주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야금이 운명을 넘어 나의 숙명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하며 가야금과의 필연을 말했다.
 
최고의 스승과 제자로 만나다
섬세하면서도 박력 있고, 강직하면서도 담백한 이예랑 젊은 명인의 가야금 연주는 가히 독보적이다. 특히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이예랑 연주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보유자인 강정숙 명인을 스승으로 모시며 ‘서공철류’ 산조의 매력에 취하게 된다. 
“한예종에 다니며 학교 커리큘럼만 소화하기도 빼곡한 일정들이었지만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정숙 명인을 학교 공부 이외로 혼자 찾아가 산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학교 시험곡, 콩쿨 출전 곡 등을 연습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피곤도 불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배우러 다녔죠.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는 특히나 야생마 같은 자유로움이 매력인 음악 같아요. 그 매력에 빠지며 심취했고 스승님이신 강정숙 명인의 슬하에서 공부하게 되었어요. 스승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그 곡으로 ‘김해전국가야금대회’에서 최연소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큰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제게 강정숙 스승님은 가야금 어머니이시거든요. 항상 응원해주시고 큰 사랑 주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분이십니다. 꼭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요.”라며 스승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가야금 소리로 대중의 마음에 스며들다
서양의 음악이 들어오고 대중가요가 성행하며 우리의 전통음악은 등한시되고 있지만 막상 전통음악을 들으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오는 울림을 모두가 느껴봤을 것이다. 우리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가야금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동생과 함께 ‘가야랑’을 결성해 국내 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공연을 통해 이예랑은 “가야금이나 국악이 서지 못하던 무대에 ‘가야랑’으로 인해 가야금이 세워질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껴요. 가야랑 활동이 벌써 7년째네요.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서 세계음악축제, 또는 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해외 초청공연 등 정말 중요한 자리에 초대되고 있습니다. 체감상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무대의 규모가 중요한 것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계속해서 좋은 음악과 무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공연을 보시고 우리의 소리에 감동을 받으시며 가야금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정말 뿌듯합니다.”라며 살아있는 공연으로 대중에게 가야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가야금 소리는 시대를 이어주는 힘
가야금을 연주하며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명인 이예랑은 “많은 분들이 전통이라는 것을 옛날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야금을 연주하다보면 조선시대도 가고 신라시대로 가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가는듯한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그 시대에 살진 않았지만 연주를 통해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전통은 오래된 것이 아닌 지금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는 느낌이예요.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노라면, 전통과 현재와 미래를 초월하는 느낌을 받아요. 천 년 전에도 연주되었고 지금도 연주되고 있고 천 년 후에도 연주될 가야금이니까요. 시대를 초월하고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가야금의 가치를 말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일까, 이예랑 명인의 가야금 소리는 청아하면서도 깊고, 구성지면서도 자유롭다. 들을 때마다 매번 새롭다. 시대를 이어주는 힘이 바로 그 연주에서 느껴진다.    
 
특히 10년 전 대통령상 수상 당시 이예랑의 연주는 듣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수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연주자라는 호평 속에서 젊은 연주인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성음(聲音)으로 최고의 연주를 선보였다. 국내 권위 있는 열두 명의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아 이예랑에게 산조를 계승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산조의 명맥을 지켜 나가는 이음줄로서 전통 음악에 기반을 둔 이예랑의 가야금이기에 그의 다양한 작업들은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하다.
 
가야금 산조를 전하고 싶어요
   
 
이예랑은 소외된 계층을 위해 재능기부로 다양한 곳에서 연주해오고 있다. 보통 예술적 가치를 떠나서 돈으로 얼마짜리 공연이라 치부해버리는 오늘날의 폐단에는 당당히 맞서면서도 오지 마을에서 이예랑의 가야금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면 직접 운전해서 달려간다. 나눔을 실천하고 재능기부를 생활화하며 천상의 소리를 선물한다. 최고의 실력과 이력은 이처럼 훌륭한 심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현재 군부대 위문공연과 복지관 등 가야금 소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어요. 그리고 곧 있을 해외 공연도 준비 중이예요. 제 음악이 작은 위로가 된다면 더 바랄게 없죠.” 빼어난 미모의 연주자 이예랑은 가야금으로 우리들을 위로하는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산조가 인생을 닮았거든요. 그래서 힘드신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이예요. 특히 가야금 긴 산조는 사실 대중에게 가까이 있는 음악이 아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주를 전해 드리면 모두 산조와 가야금 소리에 푹 빠지시는 모습을 보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60분 정도의 긴 산조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번 독주회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가 찾아가는 공연은 물론 제 연주를 손꼽아 기다려 주시고, 지방이나 해외에서까지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긴 산조를 듣길 원하시고 이렇게 멋진 음악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귀명창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저 또한 제대로 된 가야금 긴 산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해외공연을 가면 우리의 가야금 소리를 듣고 모두들 놀래요. 가야금이 있어 문화강국이라는 칭찬을 들은 적도 있어요.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K-Pop에 이어 K-Art야말로 외국에서 롱런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야금이 있다고 믿으며 대화민국이 문화선진국이라는 것을 해외에 더욱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후학양성을 위해 강의도 진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예랑 연주인은 “제자들, 후배들에게 종종 말해요. 연주는 우리의 성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요.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하듯이 연주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연주에요. 거만하면 거만한 소리가 나고 교만하면 교만한 소리가 날 수 밖에요. 가야금을 무릎에 맞대고 연주할 때 우리 몸은 공명통이 되는 거죠. 내가 혼탁하면 혼탁한 소리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콩쿨이든 시험 앞에서 항상 경쟁의식 보단 좋은 연주에만 집중하라고 조언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연주가의 ‘앓음’다움을 전했다. 가야금으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이예랑 명인은 끝으로 우리나라 전 국민이 공교육 제도 내에서 아리랑 한 곡 정도는 가야금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우리의 혼을 지키며 세계에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소리를 전파하고 있는 그의 힘찬 행보를 응원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금의 아름다운 소리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이예랑 PROFILE
 
제15회 김해전국가야금대회 일반부 대상(대통령상)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및 산조 이수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졸업(예술사,전문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학과 박사 수료
 
이예랑의 가야금 산조 ‘앓음다움’ CD 발매
가야랑 2.5집 앨범 발매
 
전주시·창원시 홍보대사 역임
난계 국악축제·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대사 역임
국민안전문화협회· 우륵문화발전연구회 홍보대사
고령군·의령군 명예군민
 
중앙대학교·명지대학교·전남도립대·전주예술중·고등학교 출강 역임
FM 국악방송 ‘가야랑의 행복한 하루’ MC 역임
MBC 얼쑤 우리 가락 MC 역임
 
現, 한국 음악 실연자 연합회 실연정보등록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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