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은 '사람'이 아닌 '말(馬)'이 원조
도핑은 '사람'이 아닌 '말(馬)'이 원조
한국마사회, 경마공정성 강화위해 사전․사후 도핑테스트 철저
  • 민준상 기자
  • 승인 2016.04.0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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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사진제공=한국마사회)

(내외통신=민준상 기자)스포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금지약물을 투약하는 걸 도핑(Doping)이라고 한다.

최근 러시아 미녀 테니스스타 샤라포바(29)가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혀 파문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영선수 박태환이 2014년 9월 국제수영연맹이 불시에 진행한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는 등 연신 도핑 스캔들이 일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 선수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도핑. 하지만 그 출발은 '사람'이 아닌 '말(馬)'로부터 비롯됐다.

도핑테스트의 출발점은 경마였다. 경마 초창기, 영국에서 자신이 소유한 말이 경주에 나가 우승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는데 위스키나 포도주 등을 마시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세기부터 경마 베팅이 과열되면서 영국 뉴마켓 경마장에서는 인기마 4두가 죽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조사 결과 한 사기꾼이 경마부정을 꾀해 ‘비소’를 사용해 경주마를 죽인 것이 밝혀져 범인이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경주마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그 이후에도 위스키와 아편, 마약 등이 공공연히 사용되어 결국 지난 1911년, 오스트리아 경마당국이 화학자 프랜켈(Frankel) 박사를 고용해 경주마 타액의 화학물질을 검사하도록 지시했는데 이게 오늘날 도핑검사의 시초가 됐다. 실질적으로 인간에게 도핑테스트를 시작한 시기는 1968년으로서 경마보다 무려 57년이나 늦다.
 
도핑이 경마에서 시작되어 크게 발전된 이유는 베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핑 피해가 경주마에서 끝나지 않고 경마 고객들한테까지 고스란히 가기 때문에 전 세계 경마시행체들은 경마고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주마에 대한 도핑검사를 매우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경주마는 물론 기수의 안전도 크게 강화됐다.
 
한국에서 경마시행체는 한국마사회가 유일하며 마사회 역시 경마공정성을 강화하고자 철저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금지약물을 사용하였거나 치료약물 사용 규정을 위반한 경주마의 경주 참가를 제한하기 위해 전체 출전 경주마를 대상으로 사전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경주가 끝난 후에도 정밀 추적검사를 위해 1위부터 3위 경주마와 심판전문위원이 지정한 경주마에 대해서는 경주 후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사전 도핑테스트의 경우, 경주 3시간 전에 혈액을 채취하여 약 두 시간 반에 걸쳐 검사를 진행하며, 경주 후에는 경주마의 소변을 채취해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운동선수에 대한 도핑검사의 경우 운동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 200여 가지 약물에 대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경주마의 경우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키는 약물은 물론 진정제 등 경주마로 하여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물도 금지약물에 해당되기에 운동선수 보다 검사약물 범위가 넓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2001년 경주마 약물검사 분야에서 국제공인시험기관 자격을 인정·획득하였으며 현재 국제공인경마화학자회(AORC) 회원 시험기관으로서 도핑검사와 관련한 국제 협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마카오 자키클럽의 경주마 도핑검사 대행을 통해 세계 수준의 도핑검사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1월, 국제 사이클 대회에서 자전거에 초소형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발견되어 기계도핑 파문이 일어났다. 또 헤드폰 장비가 뇌를 자극해 경기력을 높이는 이른바 뇌 도핑도 스포츠계에 적지 않는 충격을 줬다.
 
특히, 뇌 도핑의 경우 지구력이나 순발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전기 신호로 자극하는 방식인데 스키점프 선수 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경과 이 장비를 쓴 선수들의 점프력이 70%, 균형감각은 80% 급증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영국의 한 대학 연구진은 사이클 선수 12명에게 뇌 전기 자극을 줬더니 피로감을 2분이나 더 늦게 느꼈다며 ‘뇌 도핑’ 가능성을 입증했다. 아직 스포츠 과학기술개발로의 의견도 분분하지만 운동 능력을 비정상적으로 높인다는 점에서 약물 도핑과 매한가지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도핑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서 미래에는 단순 약물 도핑 외의 최신 도핑에 대한 기준 확립과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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