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새우와 고래싸움: 한민족과 국제정치」 증보판 펴내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새우와 고래싸움: 한민족과 국제정치」 증보판 펴내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 외교정책의 국제적 배경과 한국 외교적 전망과 한계
박영사, 2023(초판, 2004) 912쪽
  • 전병인 기자
  • 승인 2023.03.10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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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전병인 기자=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우리 조상들의 속담을 염두에 두고 21세기 초인 2004년에 출간된 「새우와 고래싸움: 한민족과 국제정치」의 증보판을 냈다.

이 책은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 외교정책의 국제적 배경과 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가능한 전망과 한계를 다룬 것이다. 거의 20년 전에 출간된 이후 아직까지도 주문이 간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그 책의 출판 전이나 그 후 거의 20년간 논문이나 다른 저서들에서 한국외교정책과 관련되어 쓴 것들을 이곳에 모아 증보판으로 출간하기로 했다. 그것들은 이곳 저곳에 흩어진 채로 망각에 묻혀 버린 것들로서 본서에서 다시 살려본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와 주변 강대국들의 외교정책도 그들 상호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무엇 보다도 가장 주목할 현상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현재 38개국의 선진 회원국을 가진 OECD에 한국은 1996년 29번째로 회원국이 된 지도 거의 30년이 됐다. 이런 세계사적 성취는 어느 날 갑자기 맑은 하늘에 날벼락처럼 찾아온 것이거나 어느 날 불현듯 로또에 당첨되어 백일몽 같은 소망이 실제로 달성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일생인 70여 년에 걸친 대한민국의 선구적 지도자들과 근면한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과 고난의 오딧세이의 결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 중에는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동시에 국제사회의 강대국인 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대한민국은 정말로 주요 강대국이 된 것일까?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이 반드시 선진국이 아닌 것처럼 모든 선진국이 다 강대국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다고 해서 동시에 국제정치의 주요 강대국이 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강대국이지만 그들이 선진국이 아닌 것처럼,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이스라엘 등을 포함하는 OECD회원국 모두가 강대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강한 국가의 경제력과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으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는 기존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빛나는 역사적 업적을 보유해야 하고, 또한 현실적으로는 타국의 지원이 없이도 독자적으로 장기간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히 강력한 무장과 전쟁수행을 뒷받침할 자족적인 국가적 다양한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대한민국은 전후 탄생한 신생국가들 중 유일하게 마침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국은 강대국으로 인정받을 만한 빛나는 승전의 경험이 없고 장기간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해 나갈만큼 국가적 자산에서 충분히 자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강대국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고, 더구나 최근 특정 무기들마저 수출국이 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강대국 증후군(great power syndrome)’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오만(hubris)’을 낳고 오만은 자멸을 가져오는 것이 세계사의 엄중한 교훈이다.

역사적 교훈에서 배운다면, 대한민국은 지난 문재인 정권처럼 북한에 ‘선제적 굴종’을 계속하면서도 무슨 동아시아의 균형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들에게 그런 특권적인 국제적 지위와 역할은 오랫동안 주어질 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은 유일한 초 강대국인 미국과의 동맹에서 동등한 파트너가 아니라 주니어 파트너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의 과정에서 세계최강의 미국에게 편승한 이승만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은 참으로 민족사적 최선의 결정이었다. 당시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조약 체결에 아주 미온적이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분단상황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소중하게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진정한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방력과 외교력을 향상시키는데 조용히 매진해야 할 것이다. 강대국의 지위는 잘사는 국가라고 해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싶은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그러한 지위를 스스로 쟁취해야 하고 또 기존 강대국들에게 그들 중 하나임을 실제로 입증해야만 한다. 따라서 벌써부터 오만하게, 아니 가소롭게, 강대국 증후군에 전염되어 대한민국이 이제는 강대국이 되었다고 샴페인을 터트리는 어리석은 국제적 돈키호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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