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골라 법원제출
옥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골라 법원제출
독성학 연구 후 불리한 결과 나오자 보고서 분리
  • 곽영근 기자
  • 승인 2016.04.2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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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이 폐질환 원인이라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중지된2011년 11월 이후 단 한명의 소아폐질환 환자의 사망사고는 없었다.(사진=내외통신DB)
(내외통신=곽영근기자)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피의자인 ‘옥시(Oxy)'가 관련 소송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영국 왕립브롬톤병원(Royal Brompton Hospital)으로부터 받은 사례분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왕립브롬톤병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폐질환 전문병원으로, 분석대상은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실시한 18건이다.

결국 왕립브롬톤병원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주 원인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폐 손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옥시는 이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국내 폐질환 전문가들은 “브론톤병원의 견해는 특정 시점의 환자 상태만 놓고 판단한 것이다”라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는 보건 당국의 결론을 상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브론톤병원 측 의견서는 개별 사례마다 특정 시점의 X-ray 등 자료를 기존 폐질환의 양태와 비교한 것으로 종합적인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한 시점의 자료만 국한하면 살균제가 원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질환 진행경과와 다양한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검토한 역학조사 결과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또, 옥시는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에 쥐를 대상으로 한 생식독성실험과 흡입독성실험을 의뢰한 뒤 생식독성 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라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연구팀에게 보고서를 분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인 독성학 연구는 생식독성학과 흡입독성실험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지만, 두 실험을 각각 다른 보고서로 만든 옥시의 행위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골라 법원 및 검찰에 제출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실제로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PHMG)가 간과 신장 등에 영향을 주는 등 전신독성 가능성이 있으니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했고, 생식독성실험보고서는 받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다국적 컨설팅업체 ‘그래디언트’으로부터 이 의견서가 신빙성이 높다는 보고서도 받아 첨부했다. 그래디언트는 의뢰업체가 거액을 건네주면, 주문받은 대로 보고서를 써주는 업체로 정평이 나있다.

한편, 옥시의 영국 병원 및 다국적 컨설팅 업체 등에 의뢰한 사실을 두고 법조계에선 “그동안 옥시 본사는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옥시 한국법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이번에 영국의 병원과 다국적 컨설팅 업체에 의뢰한 사실로 보아 영국본사가 해당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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