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지혜 원장
'지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지혜 원장
“환자의 무의식에 접근해 치유를 돕겠습니다”
  • 여성훈 기자
  • 승인 2016.05.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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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여성훈기자)

(내외통신=여성훈기자)우리나라는 12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며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 열 명 중 한 명 정도가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국민 4명 중에 한 명은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중독, 대인기피와 같은 질환을 살면서 한 번쯤은 겪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지혜정신건강의학과'의 전문의 이지혜 원장은 “정신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정신과 환자에 대한 애정
의대 재학 시절 이 원장은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많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된 이후엔 더 훌륭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고자 분과(subspeciality)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하였다. 환자들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이 원장은 많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을 통해서, 소아청소년 환자들뿐 아니라 성인 환자들 내면의 유아기적인 심리를 더욱더 잘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 원장은 이전에 대학병원, 정신과전문병원에서 진료한 경험이 있었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더 소신껏 진료하기 위한 마음에 개원을 했다.
 
이 원장은 “저희 아버지께서는 외과, 오빠는 내과의사예요. 제가 정신건강의학과에 지원할 당시, 정신건강의학과는 인기학과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간 정신의 힘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과의 경우 잘하는 의사들이 많이들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는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삶의 질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원장은 의사이자 한 인간으로서 환자들에게 행복을 주고 스스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과를 고민하던 중에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하게 되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의 행복에 내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또한 우리나라가 산업화시기를 지나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삶의 질을 좀 더 중시하게 되었잖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신체가 아픈 거에만 주로 신경 쓰느라 자신의 마음이 아픈 거에는 많이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그러나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이 자기의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는 쪽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기에 정신건강의학과가 더욱더 중요하고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 (사진=여성훈기자)
 
정신 질환의 다양한 종류
아동, 청소년, 성인, 중년,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별로 겪는 정신 질환은 다양하다. 보통 소아청소년기에 겪는 질환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품행장애 등이 있다.
 
이 원장은 “청소년기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질환 중에는 품행장애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사람의 기능의 척도는 성인기는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고, 청소년기는 학교 기능 즉, 그 청소년이 ‘학교를 잘 다니고 친구가 적절하게 있고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느냐’입니다. 등교거부를 하는 학생의 경우 부모님 혹은 학교의 권유로 병원에 내원하곤 하는데, 사실 학교를 안 가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매우 다양해요. 부모-자녀 문제, 우울증, 공황장애, 게임중독 등이 흔한 이유들이고, 그 밖에도 다양한 정신 질환의 표현이 등교거부로 발현되곤 합니다. 청소년기 우울증의 경우 과거에 학교에서 왕따나 학교폭력에 노출되었다거나, 심각한 역기능적인 가족 문제들에 반복해서 노출이 되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참고 지내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에게 반항하거나 비행 행동 등으로 표출이 됩니다. 사춘기 이전이 문제들이 수면 아래로 잠재되어 있던 잠복기라면, 사춘기는 문제들이 표면 위로 터지는 시기인거죠”라며 10대들이 자주 겪는 질환에 대해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밖에도 20대는 사회화가 되면서 직장 및 인간관계 등의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공황장애, 조울증 등을 겪으며 이러한 증상의 회피 수단으로 술이나 인터넷 중독 등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대의 경우는 직장과 결혼생활에서의 스트레스, 갈등 등으로 인한 우울감, 불안 등을 느끼며 중요한 인간관계를 망치는 치명적인 부분인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생산성이 최대로 발휘되는 시기인 40대는 남성의 경우 갑작스런 실직으로 생산성의 좌절 및 역할 혼돈 등을 경험하며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실직 이후의 공허감으로 인해 알코올중독이 되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는 갱년기를 지나며 여성으로서의 생산성에 좌절감을 느끼며 갱년기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50대의 경우는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과 같은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 상실감 등에서 오는 우울증을 겪거나, 건강 및 신체능력이 떨어지면서 불면증, 이유가 불분명한 통증 등과 같은 신체적인 우울 증상들을 많이 호소합니다. 60대의 경우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질환은 뇌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발생하는 비가역적인 질환인 알츠하이머치매와 갑작스런 뇌혈관질환으로 발생하는 진행이 빠른 혈관성치매 등이 있습니다”라며 각 계층에서 발현되는 질환들에 대해 말했다.
 
정신치료와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다는 이 원장은 “저는 프로이드 정신분석을 공부했습니다. 프로이드는 초기 유아기를 인간 정신 발달의 핵심으로 봅니다. 인간의 정신 발달에 초기 유아기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인간의 정신 발달은 인간의 전 생애를 통해서 주기적으로 평생 동안 발달합니다. 그러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모든 발달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모든 정신 질환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애 모든 단계들의 위기 상황에서 이환될 수 있는 다양한 정신질환들을 다각도로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과가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여성훈기자)
아픔의 근원을 다스리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빠르고 즉각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약물치료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다양한 정신 질환으로 인해 나타난 증상들에 대한 응급치료이자 대증치료라고 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 불편한 증상들이 많이 개선되지만, 그러한 증상들이 발현되게 된 근본적인 원인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약물로는 더 이상 치료의 진전이 없거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주기적으로 재발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정신 질환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 각 사람들의 고유한 원인들을 다루는 데에 있어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는 정신치료이다. 주요한 질환들에 대한 치료 방법에 대해서 이 원장은 “환자들이 겪는 증상들에는 의미가 있어요. 이러한 증상들이 생기게 된 의미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죠. 정신치료에도 다양한 유형의 정신치료들이 있는데, 정신분석, 정신분석적정신치료, 지지적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스키마치료, 마음챙김, 수용전념치료,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외에도 경두개자기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등 두뇌를 자극하는 치료도 있어요. 정신분석은 환자의 무의식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치료에요. 그러나 환자의 자아가 너무 약한 경우는 정신분석과 같은 환자의 무의식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환자의 자아가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는 오히려 고전적인 정신분석으로는 치료적인 접근이 어려운 힘든 환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고전적인 정신분석으로 접근이 어려운 힘든 환자들은 조현병, 중독, 인격장애, 그리고 소아청소년 환자 등인데, 이러한 환자군들은 정신분석으로 무의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 지지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로 환자의 자아(ego)가 강화되고, 환자의 자기(self)가 응집되도록 도움을 주는 지지적인 정신치료를 해줍니다.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둬서 전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인지행동치료이고, 감정에 초점을 뒤서 전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정신분석과 정신분석적 정신치료에요. 인간은 육체만으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사람 전체에 영향을 주는 그 사람의 무의식 영역들이 다루어져야 하는데, 그러한 영역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치료가 바로 정신치료에요”라고 말했다.
 
한국은 정신분석이 아직 많이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이다. 그가 인생의 행복을 되찾고 그의 뇌를 젊게 유지하는 비법으로 꼽은 것이 바로 그의 무의식을 상담하는 것이라는 사실. 이렇듯 정신분석은 건강한 사람들도 자신을 케어하며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자신의 무의식에 접근하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보다 더 행복하고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매우 유용한 방법 중의 하나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에 대한 인식 바꾸고파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는 이 원장은 “과거에 비해서는 나아졌으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떤 환자들의 경우에는 그 환자분이 좀 더 일찍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렸다면, 지금쯤 그 환자분의 삶의 질이 훨씬 더 나아져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의 질환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질환 중 하나인 조현병같은 정신 질환이 가족 내 구성원 중에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발병했을 경우에, 가족들이 그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를 데리고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먼저 두드리기보다는, 무속인, 굿, 기도원, 안수기도, 절, 각종종교시설 등을 두루 거친 후에, 초발 정신병 치료의 결정적인 시기(critical period)를 놓치고서, 환자의 정신과 인격이 황폐화되고 망가진 상태에서야 비로소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안타까워요. 초발 정신병의 경우 발병 6개월 이내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바로 내원하면 만성 조현병으로 굳어지기 전에 약물치료로 즉각적인 증상 호전 및 빠른 현실감 회복이 가능한데 반해, 정신적으로나 인격이 많이 무너진 상태로 만성화가 이미 진행되어서 병원에 오면 아무리 좋은 약물을 처방하고 정신치료를 집중적으로 해도 치료가 매우 힘들고 만성 정신병으로 굳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아요. 그러므로 긴 인생의 주기 중에, 자신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생겼을 때는, 그것이 얕은 병(신경증 neurosis)이 든 깊은 병(정신증 psychosis)이든 간에 최대한 빨리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상담 받는 게 좋아요. 잔병으로 내과에 자주 내원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큰 병(암 등)은 안 걸리듯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자주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에요. 많은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리는 데에 주저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여성훈기자)
환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 제공하고 싶어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했을 때부터 저는 정상인과 정신 질환자(비정상인)로 나누지 않았어요. 정신질환 진단 및 분류 시 DSM-5라는 진단체계로 편의상 진단을 내리는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그 사람에게 정상적인 부분이 얼마나 많고 비정상적인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로 구분합니다. 한마디로 이 구분은 스펙트럼 상에 있다는 거죠. 지금 정상인 사람도 언제든지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아질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지금 비정상인 사람도 정상적인 부분이 남아있기에 얼마든지 정상인으로 될 수 있어요. 저희 병동에는 알코올중독 환자들이 많은데, 중독 치료는 환자의 건강하고 정상적인 부분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치료로는 그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시선으로 환자의 건강한 부분을 이끌어내고 그것이 강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회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다양한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공감적인 태도 및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 원장은 이어 환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의 제공과 환자들이 이용할 만한 더 좋은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전문직 종사자는 자기 분야에 대해 알고 공부하는 것만큼 더 고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또한 전문직 종사자는 그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분야에 대해 더욱 공부하여 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개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 중에 병원으로 이전 확장할 예정이에요. 입원 환자의 비율 중에는 중독 환자가 많은데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입원치료의 경우 환자가 입원된 이후에 전문적인 중독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정신과병원들이 매우 많아요. 중독은 한 사람이 사회화되던 중에 좌절 및 실패를 경험하여 이에 대한 자기 치유적인 퇴행으로 유아기적인 전능감의 단계에 고착화되어 있는 자기애적 행동장애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중독 환자들이 입원되어 있는 많은 정신과병원에서는 이러한 중독 환자들의 정신치료적인 면에는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아 매우 안타까워요. 입원치료라는 수단만을 통한 행동치료적인 방식만으로는 중독 환자들의 경우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워요. 저는 입원 중에 있는 중독 환자들에게 자기애적 행동장애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은 자기심리학적인 접근으로 집단치료의 형태로 정신분석적인 정신치료를 시행할 것이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병상을 확대하여 단순한 입원으로 인한 알코올과의 단절이 아닌 중독 환자의 무의식에 접근해 중독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치료를 하고 싶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인간의 삶의 질에 포커스를 두고 환자의 정신 건강의 치유와 행복 추구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지혜 원장의 따뜻한 마음을 응원하며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욱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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