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06.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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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덜 뉴스부=

여백
 

정병운
 

가까이 보면
멀리서 보는 것보다 잘 보입니다
 
잘 보이기는 한데
이것저것 다 보입니다
 
보아도 괜찮은 것이
보이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이 보여서
믿음이 멀어지고 가까운 사이가 벌어집니다

 
이것저것 보이는 것들을
모두 받아들일 여백이 있어야
진정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입니다
 
쉽게 믿기도 하고
쉽게 등 돌리기도 하는 세태를 보면서
오늘도 곁에 있는 벗이 다시 보입니다
 
친구야 고맙다
나도 언제나 너를 위해
따뜻한 여백을 준비하고 있으마
 
산다는 건 빈 창고에 하나하나 채우는 것일까, 아니면 차 있는 창고에서 하나씩 빼먹는 것일까. 채우는 것이라면 하나를 채울 때마다 자부심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빼먹는 것이라면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걱정이 생겨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생태적으로 본다면 빼먹는 것은 불행이고 심리적으로 본다면 채우는 것이 행복이다. 주어진 삶의 기간을 하루하루 빼내는 것은 운명이고 빈자리에 채운다는 것은 만족의 행복감을 얻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특성으로 본다면 채우는 것이 더 불행하다. 다 채우고 더 얻으려는 욕망은 행복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고도 행복을 모른다. 결과적으로 빈자리가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삶의 모든 것은 빈 곳을 둬야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 여백은 꽉 찬 전체에서 빈 곳을 말하는데 삶에서 빈 곳이 없다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어지고 그 이상의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은 삶의 모든 부분에 통용되어 물질이나 지식 등에서도 마찬가지고 특히 함께 걷는 동반자와의 만남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친구를 사귀는데 절대적으로 자리한다. 정병운 시인은 친구와의 사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인이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인생길에 친구야말로 가장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귐에 반드시 빈자리를 만든다. 조금은 모자라게 보여야 여유롭게 다가서고 서로 빈 곳을 메꿔주는 사이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저것 보이는 것들을 모두 받아들일 여백이 있어야 진심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시인의 믿음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그 사랑은 모두에게 행복감을 주는 바람이 된다며 여백의 중요성을 강조한 시인은 지금 행복하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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