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06.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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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  

미장원에서 

이난희

 

찰랑거리는 긴 머리가 좋아
어깨를 들썩거리며 걷는데
미장원에 갈 때마다
유행하는 머리로 바꾸라는 말 듣는다
 
그때마다
머릿결 흔들어 자랑하면
함께 찰랑거리는 머릿결
원장을 웃음으로 매만진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연이 준 머릿결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도
살아오며 잡초가 없을까
쓸데없이 자란 세월의 흔적을
끝자락만 잘라내어
바람 탄 삶을 바르게 세운다
 
머릿결은 남녀 구분 없이 중요하다. 머릿결에서 힘을 얻어 세상을 호령한 삼손의 전설을 빼놓고도 우리 민족은 머리를 자르는 것을 가장 큰 불효로 여기고 평생 자르지 않고 길렀다. 실제로 머릿결의 아름다움은 어디서든 빛난다. 처녀들의 예쁨은 댕기 머리에서 나오고 어린 계집아이의 귀여움은 아얌에서 빛나는데 모두가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현대에 이르러 편리함을 추구하느라 머리를 짧게 자르게 되었으나 어디서든 옛날의 머릿결이 그립다. 머리는 건강의 척도를 재는 데도 필요하다. 윤택이 없어지면 어딘가에 건강의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항상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이발소나 미장원이 곳곳에 생기고 너나 할 것 없이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것도 모자라 인위적으로 머리에 불길을 가하고 약품으로 비틀어 놓는 것은 머릿결에 대한 모독이다. 이난희 시인은 이것을 강조한다. 왜 우리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서양의 풍습에 젖어 머리를 함부로 하는가. 부드럽고 낭창거리는 머릿결의 우수함을 모른단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알고 있지만 편리에 중점을 두고 인위적인 힘을 가하여 머리를 자르고 볶는다. 양장에 어울린다는 핑계가 있지만 그건 아니다. 서양의 미인 중에 짧은 머리를 가진 이가 없듯이 머리의 길고 짧음에 미의 기준은 없다. 특히 우리의 한복에 긴 머리로도 부족하여 가체를 얹은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은 이런 것을 그리워하며 머리를 기른다. 또한 머릿결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삶을 천착하여 비춰낸 시 작법도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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