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07.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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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 뉴스부=

구멍 2

주강홍


통로는 어둠으로 채워져 있고

어쩐지 처음은 아닌 듯함에도 단호함이 서려 있다
그런다고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쪽과 저쪽의 간극에서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 공간을 따라
길을 만들고 그 길 따라 바람이 따라나선다
나를 움켜쥐었던 오만 가지의 생각과
비껴 나간 이유들이 제각기 깃을 흔들고
저 먼 데로 더 깊숙이 빨려 나간다
분명 단절을 위한 벽이었겠지만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조건은 의문을 더해간다
빠져나간 것인지
채우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기별을 염탐하며 세상과 세상 사이에 눈을 부비고
통로 하나 뚫어 놓은 일
무엇이 오고 간 것인지 오고 갈 것인지
흰 벽에 흉측이 구멍으로 섰다

소통은 기본이다. 통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고 자연에서 제외된 이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나를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을 알지 못하는 삶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생명체가 아닌 광물과 마찬가지다. 사람은 나를 타인에게 던져 혼합하는 유기물이다. 만약 무기물이 된다면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고 무엇인가에 의탁하는 고정된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정신을 가진 사람은 물질의 만족감으로 정신을 일깨우지만 무엇이든 선택하는 능력보다는 누구에게 선택받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존재다. 그러면서도 벽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고 그 벽으로 인한 단절을 꾀한다. 그 단절이 심하다면 불통으로 굳어져 삶을 잃는다. 벽은 단절과 방어를 목적의 이중성을 가지는데 어떤 것에 많이 치우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불은 좌우된다. 그것을 저울질하다 보면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자비도 하는데 소통의 기회는 자신에게 달렸다. 주강홍 시인은 그 방법으로 구멍을 찾았다. 나를 보호 하지만 단절될 소지가 큰 벽에 구멍을 뚫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어둠이 가득한 구멍이라면 밖을 볼 수가 없다.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잘못하면 오만 가지의 생각과 비켜 나간 이유가 제각기 깃을 흔드는 오를 범한다. 방어는 하되 소통을 위한 구멍은 그래서 어렵다. 크기를 키우면 무너지고 작게 좁히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채우기 위한 것인지 빠져나간 것인지를 모르게 된다. 시인의 결론은 기회를 노리는 구멍의 크기를 넓고 작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비상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흉측한 모습이라도 살기 위한 대책은 만들어야 한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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