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07.16 0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

아내

김선암

 
거실 소파에 앉아

아내라는 시를 읽고 있는데
한 문장 사유를 던진다

메마른 풀밭
윤기 없는 내 마음밭
불길처럼 번져 가는 저 하얀 화마

그 누가 잡아줄 것인가

어설프게 염색약을 들고
고실고실한 머리카락 가르마를 타니
콩나물 잔뿌리 같은 하얀 새싹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다

환갑이 되도록 수리 한번 하지 않고
공짜로 사용하여 온 두 손이
애달프게 떨리고 있다

살면서 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름 모를 새들도 짝지어 날아다니고 가로수로 우뚝한 은행나무도 짝이 있어 열매를 맺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짝을 맞춰 살아가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짝이 없다면 외롭기 한량없어 수명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홀로 수행하는 일은 특별한 행위지만 정상적인 사람이 짝이 없다면 문제가 된다. 대부분은 짝을 찾게 되고 그렇게 이뤄 살게 되는데 세월이 흘러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면 그 또한 문제다. 아내는 남자에게 있어 가장 큰 존재다. 그 존재 하나만으로 남자의 삶은 좌우되고 인생의 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 어긋나기 시작한다. 전부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어색해지고 자주 다툰다. 정신을 가진 인간의 기본적인 행태다. 그러나 아내는 가장 소중하다. 남자가 하지 못하는 음식을 조리하고 집안을 지켜 안락한 삶을 꾸리게 한다. 아내는 생활의 기본이고 대표다.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다. 김선암 시인은 그런 아내가 주방에서 일을 하는 장면을 소파에 앉아 바라보면서 자신이 메마른 풀밭의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의 마음은 용광로의 흰 불꽃을 아직 꺼뜨리지 않았는데 자신의 불꽃은 다 타버리고 재가 된 것을 느낀 것이다. 어느덧 환갑을 맞이하고 늙어가는 만큼 아내의 모습도 변했는데 동안 아내에게 무엇을 해줬고 얼마나 큰 사랑을 줬는지 생각해 보니 너무 어설프다. 건강한 것만 믿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아내가 애처롭다. 그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떨리는 손으로 포옹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다시 되새기면 된다. 아내는 그런 존재로 다 받아주는 고마움의 대명사다.  [이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