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08.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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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 

  껍질

 권선옥

안경을 닦는 클리너
포장이 곱고 멋스러운데

정작 그 속에 든 것은
손바닥만 하게 작은
티슈 한 장뿐이다
작은 몸집을 커 보이려고
폼이 큰 옷을 입어
추레하다

우리 몸도 그렇다

영혼을 담기에는 너무
큰 그릇인데
욕망으로 가득 채워
풍선이 터질 것만 같다
알속보다 큰 껍질은
볼썽사납다 

사물은 겉과 속으로 나눠있다. 겉을 껍데기로 감싸 보호하고 그것이 모자라 얇은 껍질로 속을 감싼다. 이중의 보호막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들의 알이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단단한 비늘이 있고 얇은 껍질이 들어 있다. 모든 사물이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가죽이 있고 속껍질이 있는데 생태로 본다면 사람도 마찬가지다. 피부와 안을 보호하는 부드러운 막이 인체의 주요 부분에 존재한다. 이것은 겉으로 나타난 특성이다. 사람은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기는 무형의 실체가 있는데 영혼이다. 겉으로 드러난 육체가 영혼이 없다면 스르르 무너지고 자아를 찾지 못하며 물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냥 쓸모없는 유기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권선옥 시인은 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포장과 사람의 삶을 비유하여 격언의 조건에 맞는 시를 썼다. 선물을 받을 때와 상품을 구입했을 때 포장의 크기에 놀라지만 알맹이를 꺼내보고 다시 놀라게 되는데 상술이라고 하기는 너무나 큰 실망을 받게 된다. 이것은 상술의 도를 넘어 사기행위다. 작은 안경을 닦는 데 사용하는 티슈 한 장이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면 화가 치미는 것이 모자라 팽개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점잖은 시인이 화를 낼 수도 없으니 인체에 비유하여 사회를 나무라고 격언의 말씀을 내린다. 사람의 크기는 각각이지만 영혼의 크기는 일정하다. 인체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하늘에 맞춰졌기 때문에 다를 수가 없다. 한데 그 영혼의 그릇에 욕망으로 가득 채워 헛된 망상에 빠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풀어 오른 풍성처럼 터져 흩어지고 말 것이다. 알 속보다 큰 껍질은 볼썽사납고 인성이 사라질 것이 아닌가. 헛된 사물에 빗대어 인성을 바로잡으려는 시인의 정성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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