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08.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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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 

오로지

박만진

지구촌 새들 가운데
오로지 까치가 짖고

주렁주렁한 과수원을
그윽이 지켜보다가도

낯선 무엇을 보면
한층 더 사납게 짖고

지구촌 동물 가운데
오로지 개가 짖고

사람처럼 코를 골며
낮잠을 자다가도

낯선 누구 지나가면
보다 더 사납게 짖고

지킨다는 건 오직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오직 하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 그것만이 전부라 생각하고 의무를 다하는 몸짓으로 댓가성이 따른다. 사람 관계에서는 지위나 금전적인 댓가가 있어야 충성을 다하며 지시에 따르게 된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 까치와 개가 그런 존재다. 까치는 천적이 뱀이다. 들판에 집을 짓는다면 뱀을 피할 수 없어 인가 부근 높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람 주위에서 살아간다. 버려진 찌꺼기와 흩어진 먹이는 사람에게서 얻고 낯선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른다. 새 중에 유독 까치만 짖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사람과 가장 친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는 늑대의 피를 타고났으나 사람에게 길들여져 늑대를 벗어난 종으로 사람에게 의지하여 먹이를 얻고 지키는 역할을 하며 충성을 다한다. 공존의 관계를 깨트리는 순간 죽음이라는 것을 안다. 박만진 시인은 사람과 개, 까치의 관계를 설정하고 작품으로 썼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을 빗대어 표현했을 뿐, 변형된 사람의 실태를 말한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은 개만도 못 하다는 뜻으로 사람 같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을 표현할 때 쓴다. 시인은 바로 이런 점을 그려냈다. 현시대를 말하지 않아도 역사 속의 인물 중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도적질 하다가 사형당한 악질, 출세를 위하여 친구나 주인을 배반하고 오직 자기만을 위하여 살아온 역적 등 많은 인물들이 짐승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치가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믿었던 이웃과 친구, 가족을 배신한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을 과감하게 꾸짖는다. 까치와 개만도 못하다고...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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