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10.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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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

다시
 

홍석영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그냥 그 모습
몽산포 앞바다도
그대도 그대로
잘 있는 지요
 
외로운 하늘이 우네요

당신과 
그 바닷길
걷고 싶어요
 
허공에 길을 내고
바람 부는 대로 달음질쳤던
내 안의 길이 지금도 저기 있네요
 
오던 길을
다시 가서
사랑해도 될까요?
 
분명히 삶은 반복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생으로 끝난다. 그런데 삶의 일상은 언제나 반복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어제와 오늘이 같고 미래가 같을 거라는 상상의 반복이라고 느낀다.  이전 상태나 행동이 그쳤다가 이어지면서 새로이 또 이어지는 것을 믿는 것은 아니라도 삶의 힘겨움이 그렇게 느끼게 한다. 이것은 절망으로 치닫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오히려 희망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여 긍정적인 삶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무엇인가를 당하여 언젠가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은 의문을 들게 하는 일은 종종 발생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삶은 한계 지어진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라는 증거다. 그래서 다시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이루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 빠져들면 삶은 비틀어진다.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추억으로 간직하든가 잊어야 하는 것이 삶의 기본이다. 홍석영 시인은 그것을 안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기억을 되살리고 거기에 다시 가고 싶어 하는 그리움을 어쩔 수 없다. 사람은 정신이라는 특출한 기억이 있다. 이것은 죽음의 순간에나 풀어지는 것으로 삶과 함께한다. 지난 것은 항상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큰 만큼 다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은 클 수밖에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할 때면, 더 가고 싶은 그곳, 그게 사랑이 되었든 풍족한 재산을 가졌었던 지금이 만족하지 못하다면 더욱 그렇다. 시인은 조용히 묻는다.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사랑의 대상, 추억의 고장, 운명을 결정지은 하늘, 바닷길 전부가 대상이 되어 조용하게 묻는다. 삶의 끝을 어느 정도 보이는 곳에 다 닿은 인생의 탑에 오른 심상의 안목이 높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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