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11.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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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 뉴스부=

어머니의 바지
 

배영숙

 
어머니의 바지는
사계절 내내 꽃이 핀다
 
가꾸지 않아도
무성하고 알록달록한 꽃밭이다
 
오래되어 고사한 꽃자리에
비밀스럽게 새로운 길이 생기기도 하고

 
그 길로 드나드는 바람의 흔적 따라
보수해 가는 어머니의 꽃밭
 
온돌방 윗목에 널브러진 폼이
힘든 하루를 선명히 보여줘도
 
내일이면 들녘을 호령한
어머니의 꽃 군단이 되어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이런 작품을 만나면 눈이 번쩍 뜨인다. 작품의 수준이 아니라 감동의 깊이를 말하는 것으로 감상문을 쓰듯 평을 쓰게 된다. 어머니는 위대함을 넘는 존재다. 모든 생물을 창조한 조물주의 능력이 어머니를 만들어 냈지만 조물주도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신을 뛰어넘을 줄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만들어 놓고 살펴보는 조물주와 만들어 놓고 살피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전부를 내주는 어머니, 자식을 위해서는 굶기를 반복하면서도 모든 것을 양보한다.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사랑이라는 말도 어머니에게서 나왔고 은혜라는 말도 어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자식들은 알고 있을까.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아우르고 종교를 뛰어넘는다. 배영숙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다른 표현으로 승화했다. 직접적인 표현을 멀리하고 은유의 사물을 등장시켜 다른 감동을 준다. 어머니는 늘 바쁘다. 일에 바쁘고 자식들 챙기느라 바쁘고 남편과 살림을 꾸리느라 바쁘다. 멋을 낸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 말도 모르고 산다. 살림하며 입는 옷과 일하며 입는 옷의 구분도 없다. 학교에서 방문한 선생님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옷을 바꿔 입을 틈도 없다. 그 옷에 묻어 있는 때를 꽃으로 본 시인의 눈은 꽃의 감성을 넘었고 삶의 정점을 찍었다. 농촌에 살았든 도시에 살았든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잊고 지낸다. 찌들어 살아도 비굴하지 않고 들녘을 호령한 어머니의 씩씩함을 잊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상기 시켜준 시인이 고맙고 감동적인 시를 쓴 것에 독자들은 더욱 감사할 것이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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