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을 세계 최고의 해양선박금융도시로 만들자"
"부산항을 세계 최고의 해양선박금융도시로 만들자"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12.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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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선장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내외통신]디지털 뉴스부=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2030년 세계 엑스포를 부산항에 유치하려던 일이 무산으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하여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각 재계의 총수들이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언론에서 잘 보아왔던 터라 더욱 안타깝다. 필자는 오히려 국외자로서 한 일이 없기에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기획했던 일이 제대로 안 될 때도 많다. 실패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한번 실수는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실패하지 않으려면 실패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 분석의 결과에 따라서 스스로 반성하고 장차 어떻게 해야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이런 절차를 밟으면 2차 시도에는 반드시 성공한다. 

윤대통령은 예상외의 큰 격차로 떨어지자마자, 당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부산항을 해양과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어 서울과 부산 양대 축으로 국가 경제가 단단하게 하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부산을 해양중심 금융중심 도시로 만들려는 의지는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해양수산 전문가인 필자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크게 환영한다. 해양수산인과 부산시민들은 이 기회에 부산항을 세계적인 해양중심도시, 선박금융중심도시 그리고 물류중심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부산항은 참으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지리적으로 유럽과 미주대륙의 사이에 있어서 해상교통로의 중심지이다. 자동차가 운행을 하려면 주유소에서 연료가 필요하듯이 선박도 긴 항해를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다. 현재 선박들은 원유에서 나오는 중유(벙커 C)를 선박연료유로 사용하는데, 그 공급중심지는 싱가폴이다. 늦게 출발한 우리나라가 싱가폴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부산항을 벙커링 항구로 만들자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기회가 생겼다. 이제는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이제 출발단계이다. 우리가 부산·울산지역에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지를 확보한다면 많은 외국선박들이 부산항이나 울산항에 기항하여 벙커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신재생에너지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면 항만 근처에 저장고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싣고 오려면 항구의 접안시설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발빠르게 움직여서 싱가폴과 경쟁하여 이겨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수입과 원재료 저장을 위한 항만시설의 건설 및 확보에는 금융이 필요하다. 이렇게 인프라를 선점해두면 매년 수조원의 매출이 부울경에 생긴다. 

우리가 발빠르게 성장이 가능한 것은 새로운 인프라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동일한 인프라를 50년 100년 전에 만든 것이라서 새롭게 하기에 힘이 든다. 우리 같은 후발주자들은 새롭게, 더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바로 설치하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의 힘이 생긴다. 

위 선박용 신재생에너지 산업이외에도 해양과 금융중심이 같이 갈 수 있는 것으로는 선주업, 항만터미널 그리고 선박원격조정실의 설치와 같은 신규사업이 있다. 그리스가 세계최고의 해운업 국가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선주업자라는 것이다. 그리스는 화물운송을 하는 해운회사는 거의 없다. 자신이 소유하는 선박을 빌려주어서 임차료를 받는 것을 영업으로 한다. 일명 선주사들이다. 5000척이 있다. 연간 2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일본도 1300척을 선주들이 가지고 임대업을 한다. 우리나라는 전업 임대업자는 미미하다. 부산항에 300척의 선주사를 만들자. 연간 5조원의 매출이 오른다. 대형선박 1척에 1000억원씩 이지만, 통상 10%만 자기자본이 있어도 선박을 보유할 수 있다. 나머지 70%는 선박자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다. 20%도 보증으로 보강하면 가능하다. 선주업을 하기에는 금융이 필요한 것이다. 부산에는 선박을 운항할 선원, 선박관리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선박수리, 부품 모든 것이 원스톱으로 갖추어져 있다. 선주업을 하기에 적격이다. 300척의 선주사들이 5조원의 매출을 20년간 올리면 100조원이 된다.

정기선은 약속한 시간에 출항하고 입항해야 한다. 항구가 붐빌 때도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부두가 없으면 한없이 대기해야 한다. 이렇게 기다리면 정기선이 아니다. 정시에 화물을 배달해주지 않으면 고객은 다른 운송인에게 가게 된다. 해외에 정기선용 터미널을 가져야 고객에게 정시도착 서비스를 해주게 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갖는다. 여유가 있으면 다른 정기선사에게 사용료를 받고 빌려준다. 임대료 수입이 상당하다. 해외 터미널은 매우 비싸다. 금융사와 같이 해외로 나가서 우리 터미널을 가져야 한다. 해외에 우리 영토를 가지는 것과 같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과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해외 터미널을 많이 가졌었지만, 이제는 많이 잃어버렸다. 다시 회복하고 새롭게 진출해야 한다. 정기선해운을 지구상의 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으로 본다면 외국에 우리 교통망을 촘촘하게 까는 것과 같다. 수송안보의 차원에서도 해외 항만터미널은 대단히 중요하다.

육상의 도로에서 자율운항자동차가 있듯이 5년 내에 바다에서도 자율운항선박이 나올 것이다. 바다에 큰 덩치와 고가인 선박을 사람이 타지 않은 채로 두기에는 불안하다. 그래서 3단계 자율운항선박에서는 육상에서 원격조종실을 두고 여기에 전문가들이 선박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원격으로 관리를 하게 된다. 이제는 바다에 있어야 할 선원들이 육지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과 같다. 

육지의 원격조종실과 선박 사이는 인공위성으로 연결된다. 위성을 통한 소통이 필수불가결하다. 이제는 어느 나라 선박이건 세계 어디에 있건 부산항의 원격조종실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선박관리사는 HMM 팬오션 등 우리나라 선사들의 선박만 관리해왔다.

세계적인 대형선박관리사들은 1000여척의 선박을 관리하면서 연간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이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제는 달라진다. 세계 모든 외항선박은 우리나라에서 1/3이 건조된다. AI, 프로그램 등을 우리 조선소에서 만든 채로 운항이 된다. 우리나라가 부산항에 설치한 선박원격조종실을 잘 운영하면 세계 대부분의 선박을 우리가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운항인력의 양성이 중요하다. 여기에 못지않게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다. 우리도 우리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독자적인 인공위성을 가져야 한다. 해양수산분야에서의 업태의 하나로 통신업이 추가되어야 한다. 원격조종실의 구축 등에 금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첨단장비를 갖추어서 세계 어느 국가보다 경쟁력을 갖추면 선박관리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1000여척의 선박을 관리하는 회사가 5개가 있다면 약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번 엑스포 유치작전도 1년 늦게 출발하여 선점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다. 후발주자라서 해양수산분야, 특히 해운분야에서 항상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다행스럽다. 디지털화와 탈탄소 덕분에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분야가 많아졌다.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새롭게 주어지는 기회도 금융이 없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윤대통령이 해양과 금융의 중심지로 부산을 만들어주겠다는 설명은 우리 해양수산인에게는 천금같이 소중한 것이다. 잔뜩 힘을 비축한 해양수산업계가 새롭게 시작하는 신규사업에서 세계를 제패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기존의 선박건조, 해운업, 물류업에 더하여 신규사업으로 벙커링, 선주업(5조원), 항만터미널업, 선박관리업(10조원)으로 세계로 나가자. 그렇게 해서 부산항에 연간 약 20조원 이상의 추가매출을 더 올리게 하자. 이 밖에도 심해 스마트양식, 해상풍력발전,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과 같이 해양과 금융이 같이 가야할 곳이 많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부산항을 세계 최고의 항만이자 선박금융도시로 만들자.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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