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12.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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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 뉴스부=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김종해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함께 살아가는 대자연 속의 또 다른 생명을
날마다 뜯어먹고 삼켜야
사람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야채나 우유와 밥과 고기가
누구의 삶을 허물어뜨려야
비로소 사람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는 것
일평생 살면서
먹고 삼키며 살생한 죄는
스스로 죄가 아니라고 한다
채소 잎사귀 한 장, 생선 한 마리 굽는 일마저도
누구 하나 마음 아파한 적이 없다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사람의 식탁이
때로는 죽비로 나를 깨운다
 
불경을 설파하는 듯 큰 울림의 깨우침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갖추고 도리를 아는 완성된 인격적 존재가 되려면 먹고 자고 행동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다스릴 줄 알아야 비로소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능을 억제하고 정도를 가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인격을 갖추고 욕구를 억제하며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학식이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남을 가르치는 선생의 자리에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삶의 방향을 높게 정하고 그것에 맞는 사유와 행동을 한다고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 존재하되 없는 듯 인격체로 남들과 평행을 맞춰가야 비로소 인격체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큰 인격을 갖추고 존경을 받을지라도 가장 기초적인 본능, 즉 먹는 것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먹어야 살고 살아야 인격체가 되는 것이므로 먹을 것을 탐할 수밖에 없다. 이것마저 뛰어넘는 인격체는 없다. 도덕군자도 사흘 굶으면 담을 넘는다고 하지 않던가. 김종해 시인은 이것을 마저 뛰어넘는 삶의 의미를 찾았다.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하여 삶의 방향과 깊이를 얼마나 갈고 닦았을지는 훤히 보인다. 자연은 온갖 먹을 것을 주며 삶의 깊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약육강식의 생태에서도 기본적인 질서가 있으며 하나라도 흩트린다면 자연과 사람은 함께 무너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연에서 얻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마움을 모른다. 시인은 단 한마디의 말로 사람의 잘못을 일깨운다. 먹을 수 있는 건 자연이 주는 것이며 자연이 없다면 사람도 없고 사람은 그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는 깨우침의 말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라는 조건을 붙인다. 겉만 사람이고 사람으로의 인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짓이다. 오직 진정한 인격을 갖춰야 비로소 자연과 합일을 이룰 수 있다는 철학적인 말씀이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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