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내외통신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3.12.24 11: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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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

송내역 카페
 

안선희
 

도시의 밤은 미증유의 빛깔로
모성애 가득한 젖가슴을 풀어헤친다
시간을 얽어매었던 족쇄
벗겨져 땅바닥에 뒹굴면
굳은 입술에 갇혔던 언어들
자유의 빗장을 연다

 
사랑하는 사람아
슬픔일랑 굴포천에 흘려보내고
우리 세속의 길에서
미소 지으며 빛나는 섬이 되자꾸나
별들도 날아와
자정이 다가오는 하늘가에
차례차례 화해의 등불을 켠다
 
대화는 상대의 마음을 열어 닫혔던 문을 열개한다. 모든 오해를 풀어주며 멀어졌던 관계를 다시 묶어주고 밀폐된 삶의 길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대화의 매체가 있어야 가능하다. 멀어졌던 관계를 회복하려면 만나야 하는데 상대에게 곧바로 만나자고 할 경우에는 새로운 오해를 낳게 되고 그 오해는 영원히 풀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직접 말하기란 어렵다. 카페는 만남의 장소다.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헤어졌던 연인들이 다시 만남을 시작하는 곳이다. 대화의 매체가 된 것이다. 현재 전국의 카페는 2만 개가 넘는다고 하며 도시의 역사는 검정 커피가 쓴다는 말이 생겼다. 그만큼 카페가 많다. 지역마다 카페의 상황은 다르지만 불만족스러운 곳이 거의 없다시피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면 카페가 주는 사회의 활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안선희 시인은 카페가 마련한 대화의 방에서 삶의 한쪽 면을 보았고 그 상황에 비유하여 꺼졌다 살아가는 애증의 교차를 읽었다. 도시는 아직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환한 빛깔을 밝힌다. 젊음이나 늙음을 구별하지 않고 모성애를 발휘하여 밤을 밝힌다. 그 속에서 카페는 밤을 잊는 사람들이 말문이 터주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고리가 되어 슬픔을 지우며 사랑을 되살린다. 그러나 시인은 한 걸음 더 나가 사랑의 독식을 꿈꾼다. 모든 슬픔과 역경을 굴포천에 흘려보내고 둘만의 사랑으로 빛나는 섬이 되려는 꿈이다. 그렇지만 조건이 있다. 오해를 풀고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 있어야 가능한 꿈이다. 카페의 상황을 보면서 밤을 밝히는 커피의 화려함을 사랑의 대화로 풀어낸 작품은 소소하지만 누구에게나 울림을 준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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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향기 2024-01-16 17:16:56
카페의 새로운 의미를 되새깁니다. 행복해지는 따스한 맘이 듭니다.

송내동 2024-01-16 17:12:40
이오장 평론가님이 쓰신 안선희 시인의 시를 다시 읅으며, 대화와 화해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