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對)중·러 관계 개선 기회포착, '한반도 비핵화' 가교역할 기대
박 대통령 대(對)중·러 관계 개선 기회포착, '한반도 비핵화' 가교역할 기대
  • 정영훈 기자
  • 승인 2016.08.28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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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2일부터 8일간 러시아·중국·라오스 등으로 순방을 떠날 예정으로 알려져, 그동안 사드(THAAD)갈등으로 관계가 소월해진 대(對)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내외통신DB)

(내외통신=정영훈 기자)북한이 SLBM 발사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북아 정세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2일부터 8일간 러시아·중국·라오스 등으로 순방을 떠날 예정으로 알려져, 그동안 사드(THAAD)갈등으로 관계가 소월해진 대(對)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4일 SLBM발사직후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박차를 나가는 동시에 그 운반수단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라”며 “당당한 군사대국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사변적인 행동 조치들을 다계단으로 계속 보여주라”고 지시했다.

이는 추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을 통해 핵능력 고도화에 총력을 다하라는 지시인 것이다.

우리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은 그동안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성공 및 5차 핵심험 여부가 북한의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임을 인정받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임을 인지하고 추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SLBM발사 성공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SLBM 전력화 성공 및 5차 핵실험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그동안 북한을 지지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26일 오후(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개최한 SLBM 규탄성명에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달 3일 ‘사드’를 문제삼아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규탄하는 안보리 언론성명에 제동을 걸었던 바가 있다.

▲26일 오후(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개최한 SLBM 규탄성명에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했다.  (사진출처=MBC뉴스 캡쳐)

27일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지난 24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포함하여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의 단호한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핵심 우방국과 다각적 외교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번 유엔 안보리 성명 채택에는 한중 간 공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까지도 9월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제11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혈맹관계를 과시하며 미국과 유럽연합(EU)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국과 EU VS 러시아’구도와 사드배치를 두고 ‘북·중·러 VS 한·미·일’의 대립 구도가 정립되는 회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지난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열린 종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께를 나란히 하며 양국 간 밀월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며 “이번 G20 최대 (number one) 게스트는 푸틴 대통령일 것"”이라고 중국 고위 외교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이후 국제적 소외에서 탈피해 G20에서 주도적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중국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추진해온 미국과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이같은 차원에서 사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북한의 SLBM의 성공발사 및 5차 핵실험 노골화로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가교(架橋)’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SLBM성공으로 한·미·일 3국의 대북억제 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면서 “3국간 북핵 및 미사일 대응 전략이 재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북한의 SLBM 전략화에 따른 한·미·일 3국간 정보교류협정 및 이지스함을 통한 SM-3 미사일 요격체제 구축 등 한·미·일 3국간 안보 공조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러 정상외교에서 사드 및 북핵설득을 위한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4~5일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해 보다 주도적인 북핵 정상외교를 펼칠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러시아를 먼저 설득하고 이를 발판으로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이해를 구해 북핵 포기에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며 “아울러 이번 북한의 SLBM 발사로 공동 타깃이 된 한·일간 안보협력 및 한·미·일 안보공조 구축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측이 우리의 사드 배치와 북한의 SLBM을 분리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어 보다 적극적인 설득 외교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