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정용상 교수,인치 아닌 법치, 떼법아닌 적법의 나라를
<칼럼>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정용상 교수,인치 아닌 법치, 떼법아닌 적법의 나라를
  • 내외통신
  • 승인 2016.12.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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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정용상 교수
(내외통신=편집부) 오호통재라!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누가 이토록 국민의 자존을 허망하게 내동댕이쳤단 말인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국가권력의 진공상태가 계속되고, 정치권은 아전인 수식 몽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에 세상의 갈등과 분열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진다.

그렇게도 소망하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땅바닥에 버려지니 이 무슨 경천동지란 말인가! 가슴이 먹먹하다. 참으로 슬프고 억울하다. 한국판 카스트제도가 절대다수 국민의 애간장을 녹인다.

  위기의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주인인 국민이 통합정신을 발휘하여 다 함께 나서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경우에도 나라를 볼모로 삼아서도 안되고,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앞세워 자기중심의 진단과 치료를 해서도 안된다. 인치 아닌 법치, 떼법 아닌 적법절차로 세상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최우선이다.

치료를 위한 진단과 처방은 공의로운 절차와 방법에 의해야 한다. 푸줏간의 칼로 미세한 혈관수술을 하겠다고 덤벼서는 안된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매뉴얼에 따라 원칙대로 수술을 해야 한다.

냉정함으로, 얼음장 같은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철저함으로 난국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한 사심없는 마음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미 국정농단의 전말에 대해서는 진위판별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백가쟁명의 진단이 있었기에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다. 반복하는 것 그 자체도 스스로 부끄럽다. 그러나 냉정해야 한다. 나라가 이렇게 위난을 당하는 것은 한 개인의 잘못도 크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퇴적된 적폐의 단면이다.

언제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조직 이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비선이 통했고, 원칙이나 법치는 뒤로 하고 반칙이나 인치가 통했고, 적법절차가 아닌 어디선가 밀실에서 야합하여 정책이 결정되는 버려야 할 유산들을 그대로 안고 온 측면이 상당하다.

이번 사고는 좀 더 심했을 뿐이다. 학연•지연 등 온갖 연을 동원한 사람 중심의 뭉침이 일반화 되어 있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돈도 명예도 권력도 사유화 정도가 아닌 독식•폭식하는 편법과 불법과 탈법이 일반화 되어, 정의가 이식될 환경이 못되는 박토의 땅이 되어 버렸다.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통하고 절차가 중요시되는 그런 사회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공인된 시민 문화로서 정착되어야 한다.

이번 국정농단을 바라보면서 참 안타까운 것은 그 조짐은 이미 오래 전 청와대 문건유출파동 때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근원적 치유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전회의식의 국무회의나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아! 이제는 ‘봉숭아학당’같은 코메디 프로는 시청율이 뚝 떨어져서 더 이상 방영이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냥 고개 숙여 받아 적기만 하는 저 장면이 우리 국민, 특히 어린이들에게 모범적 회의진행의 교과서로 널리 활용될까 걱정된다. 청와대고 정부부처고 의사결정메커니즘이 마비되었음에도 모두가 침묵은 금이라는 식으로 있다가 덜컹 국정농단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나는 아닌데 네가 문제야를 외치며 총궐기하는 이 장면은 실로 성숙한 민주국가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잘못된 의식이나 개성이기도 하겠지만, 더 근원적인 심각성은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별 죄의식이 없는 반법치•몰법치• 떼법의식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나라의 주인이 왕이고 백성도 모두 왕의 소유라는 환각 속에서 국정을 이끄는데 거기서 무슨 정의나 법치가 살아서 온전하게 번식될 리가 없다.

이러한 인치에 의한 불의와 불공정과 반칙과 불법이 이어지는데도 국가구조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무심타가 사고가 나니 난리법석을 떨면서 하야·탄핵을 외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저 엉터리 정치권을 국민은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은 입법권을 가진 입법부의 구성원이다. 국민의 대표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로 이 엄청난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으니 그들은 부작위범이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입법시스템을 갖추지 않았으니 고의범이다.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중범자로서의 범죄혐의가 있는 주제에 그들은 심판자로 나서겠다고 야단법석이다.

법을 해석하고 심판하는 사법부 또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반시민의 의식 속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법불신이 가득하다.

법원의 이현령비현령식 양형이 사회지도층 범죄를 조장하는 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걸리더라도 적당히 살다 오면 된다는 짐승같은 생각으로 법을 뭉개어 버리고 또 무시하고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법치는 많이 무너져 버렸다. 사법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의한 국정농단이 불법이니 그 다스리는 방법 또한 불법으로 대응하는 탈리오의 법칙(동해보복형)은 정의를 밝히는데 장애가 된다.

인치에는 법치로, 떼법에는 적법으로 당당한 승부를 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원칙에 충실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치료와 치유가 절실하다. 국민 특히 사회지도층의 의식개혁을 위한 지도층계몽운동을 통한 도덕성함양훈련과 만성적 인치를 제도적으로 막을 입법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립다. 다 내 탓이다. 시민이 건강해야 나라를 바꿀 수 있다.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무너진 국가구조를 다시 세우는 분권형 개헌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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