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건강한 나르시즘, 병적인 나르시즘
<이지혜 전문의의 정신건강 칼럼> 건강한 나르시즘, 병적인 나르시즘
  • 내외통신
  • 승인 2017.01.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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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혜정신건강의학과)

K씨는 최근에 잠을 잘 못자고, 불안, 초조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깜짝깜짝 잘 놀라는 등의 증상이 지속되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다.
 
그는 유명한 금융다단계회사의 대표로 현재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그의 아버지는 80년대에 10대 재벌에 들던 기업의 총수였는데 문어발식 경영을 하다가 90년대 초반 기업이 부도를 맞은 이후 자살하였고, 그의 어머니 또한 그 충격으로 암에 걸려 사망하였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와 어린 동생들은 아버지 지인들의 도움으로 살아갔는데, 당시 10대이던 남동생은 비행청소년이 되어 방황하다가 마약에 빠져 현재 중독재활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었고, 당시 어렸던 여동생은 이후에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가 회복되었지만 3차례 이혼 후 현재는 비구니가 되어 있다.
 
큰아들인 그는 집안을 일으켜서 다시 재벌가의 일원이 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하지만 그는 대기업에 입사해 회사원으로 출발해서는 예전과 같은 재벌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하였고 빠른 길을 모색하였다. 그는 80년대 자신의 아버지의 기업이 우리나라의 근대화 및 현재의 경제력에 매우 많은 공헌을 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돈은 일정 부분은 자신의 아버지의 기업의 수혜를 받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자신의 지분이 되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발전되었다.
 
그는 원래 자신의 지분이었던 그 돈들을 다시 자신에게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금융다단계사업을 착안해 내었다. 그는 1년 동안 외국의 금융다단계의 경우를 연구, 분석한 후, 자신만의 금융다단계사업을 기획하고 창업하였다. 그의 금융다단계기업의 회사명은 아버지의 회사명을 그대로 썼다. 많은 사람들은 80년대 10대 기업이었으나 불운하게 부도났던 그 회사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명과 80년대 10대 기업 총수의 아들이라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그의 타이틀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를 이끌어내었다.
 
게다가 그가 창업한 금융다단계기업은 수익률이 매우 높았고, 초반에는 정확한 날짜에 수익금이 제대로 입금이 잘 되었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는 단기간 내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는 대박이 났다. 어느 재벌 기업 부럽지 않았다. 그는 여러 잡지에서 성공한 벤처 사업가로 소개되었고, 그의 회사 브랜드가 부도로 실패한 아버지 기업의 명예를 되살렸고, 그가 어린 시절의 불운을 딛고 성공한 기업인이 되었다며, TV 방송에도 소개되었고, 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제작이 되었다.
 
그는 이러한 성공이 너무나 달콤하였다. 이제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그가 풀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회사는 날로 번창하였다. 가입자는 매일 늘어났고, 투자금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그는 단기간 내에 성공하였지만, 많은 가입자들을 단기간에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었던 높은 수익률을 잘 맞춰줄 수 있는 다른 부가적인 장치들에 대한 준비들이 많이 미흡하였다. 그러나 더 많은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큰 수익금을 제때 입금시켜야 했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 회사가 운영되었다.
 
이러한 회사의 운영 방식을 속속들이 알고 있던 회사의 임원들과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회사가 계속 운영되게 되면 회사가 몇 년 이내에 도산하게 되고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회사 임원들은 그에게 아직 투자금이 충분히 있을 때,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에게도 투자금이 충분히 있는 지금이 투자금들을 충분히 챙겨서 돈을 빼돌려둘 수 있는 적기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아버지 회사명을 그대로 쓴 이 회사를 가능하면 오래 유지하여 회사 대표라는 명예와 관심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었지만, 누구보다도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그로서는, 회사는 망하더라도 미리 자신의 몫을 충분히 빼돌려두기로 결심하였다. 그의 회사는 외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번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내부는 속빈 강정이었다. 그와 회사 임원들은 이렇게 투자금이 충분히 있던 시기에 자신의 몫들을 충분히 빼돌려 놓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섭섭한 사람들이 일부 있었고, 그 사람들에 의해서 그의 회사의 비리들이 하나둘씩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투자자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믿지 않았다. 가끔 수익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달도 있었지만, 다음 달에는 어김없이 높은 수익금이 통장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에 대한 믿음이 아직도 높았고, 자신의 지인들에게도 많이 소개하여 아직도 여진히 가입자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를 역경을 이겨낸 기업가로 존경하는 투자자들이 아직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에 의해서 그가 금융사기범이라는 사실, 그리고 투자금들 중 많은 금액을 그와 회사 임원들이 횡령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의 원금이라도 회수해야 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투자자들이 단체로 그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검찰과 투자자들에게 쫓기고 있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하였다. 이 나라가 근대화되는데 자신의 아버지의 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고, 그로 인해 이 나라가 오늘날의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렇다면 이 나라 국민들의 돈들 중 일정 부분은 그에게 지분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며, 그 지분을 자신이 조금 끌어모았을 뿐인데, 그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이냐며 필자에게 항변하였다.
 
위 사례의 K씨의 진단명은 불안장애, 그의 성격 특성은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볼 수 있다.
 
나르시즘(Narcissism)에는 건강한 나르시즘과 병적인 나르시즘(Pathologic narcissism)이 있다. 건강한 나르시즘은 인간 정신 발달 과정에서 꼭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3가지 경우에 병적인 나르시즘이 형성되어지게 된다. 첫 번째 나르시즘이 너무나 과도하게 충족되어지고 적절한 시기에 건강한 좌절을 겪지 못하고 오랜 기간 비정상적으로 충족되어질 때, 두 번째 나르시즘이 과하게 충족되다가 잔혹한 방식으로 좌절을 당하게 될 때, 세 번째 유아기에 필수적인 건강한 나르시즘의 기간 동안 유아기적 전능감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결핍되어진 채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될 때이다.
 
병적인 나르시즘인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징은 대인관계가 착취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에 대한 반성 능력이 부족하다.
 
병적인 나르시즘인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경우, 각종 중독, 사기, 사이비종교 등에 잘 빠진다. 그리고 또한 악성 나르시즘(Malignant narcissism)의 경우 자신이 직접 사기꾼이 되거나, 사이비종교 교주가 되기도 한다.
 
나르시즘은 나르시즘을 알아본다고, 사기를 당하거나 치는 사람,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사람이나 사이비종교 교주나, 각자 정도가 양성(benign)이냐 악성(malignant)이냐의 차이지, 모두가 병적인 나르시즘의 경우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위 사례는 가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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