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보르도 포도원의 중국인 소유주 증가
<칼럼>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보르도 포도원의 중국인 소유주 증가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7.01.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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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프랑스 보르도는 항구도시라는 이점 때문에 와인 무역 중심지 역할을 담당해 왔고, 보르도 와인이 전세계에 판매되면서 국제적 영향력은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더욱더 외부의 영향력이 보르도 지역 내에서 느껴지고 있다. 바로 개별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체가 와인뿐 아니라 샤또 건물은 물론 포도밭까지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매 경향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보르도의 일부 명망 있는 샤또들은 수십 년간 외국인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샤또 마르고(Margaux)는 그리스의 만젤로풀로스(Mentzelopoulos) 가문의 관리하에 있고, 샤또 레오빌 바르통(Leoville Barton)의 경우에는 6 세대 동안 아일랜드 바르통 가문의 수중에 있다. 그리고 샤또 끼르완(Kirwan)은 독일 쉴러(Schyler) 가문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들의 중요한 특징은 선대 소유주들이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보르도 포도원보다 훨씬 프랑스적이라는 점이다.
 
보르도 원주민들은 이러한 외국인 투자 현상에 항상 만족했던 것은 아니며 잠재적 투자자를 세심하게 조사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미국 증류회사의 진입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했으며 현재에도 러시아 투자자가 발을 들여놓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를 극히 우려하고 있는 부르고뉴 지방처럼 반대여론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르도 와이너리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2016년 6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프랑스 와이너리 세 곳을 매입했는데, 그 중 두 곳으로 1200만유로(약 158억원)를 들여 보르도의 유명한 샤또 페렌(Perenne)과 샤또 게리(Guerry)를 인수했다.
 
또한 영국 투자자 시몬 할라비(Simon Halabi)씨가 마고에 위치한 그랑 크뤼 샤또 깡뜨낙 브라운(Cantenac Brown)을, 아일랜드 백만장자 롤랑 퀸(Lochlann Quinn)씨는 뻬삭 레오냥 지방의 그랑 크뤼인 샤또 드 피우잘(Château de Fieuzal)을 매입했다. 프랑스 정부 토지등기소(SAFER)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외국인 투자자가 소유한 땅은 보르도 전체 12만 헥타르의 약 5% 정도에 달하며 이 수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의 샤또 구매 현상
최근 디켄터(Decanter) 온라인판에서 보르도의 포도원 부동산 에이전트 “맥스웰 스토리 베인즈(Maxwell-Storrie-Baynes)”사는 2011년 초부터 중국 투자자들이 보르도 포도원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대만 출신의 피터 궉(Peter Kwok) 씨가 샤또 오 브리송(Haut Brisson)을 매입한 이래, 현재까지 50여 곳의 샤또들이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일본 투자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와 같이 아시아인 소유로 되어 있는 보르도 샤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인수한 보르도 샤또 페렌(Perenne) 포도밭 면적이 64㏊에 이르며 매년 50만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샤또 게리(Guerry)는 20㏊의 포도밭에서 연간 8만4000여병의 보르도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원이다. 게다가 앞서 마 회장은 보르도의 샤또 드 수르와 18세기 고성도 함께 인수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영화 ‘적벽대전’에 유비의 부인으로 출연했던 자오웨이가 남편 황유룽과 함께 4200만 홍콩달러(약 61억원)로 보르도 샤또 몽로(Monlot)를 매입하였다.
 
이같이 아시아인의 샤또 구매에 대해 보르도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보르도에는 12만 헥타르가 있는데 그 중에 5,000 헥타르 정도가 외국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보르도 지역은 영국인, 미국인, 벨기에인 및 사우디 왕자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투자의 오랜 전통이 있으며 최근 외국인 투자가 새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보르도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또한 보르도 주민들도 외국인 투자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보며, 이 투자자들 덕에 보르도 와인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는 혜택도 있다고 여기고 있다.
 
외국 투자가의 두 가지 유형
외부 투자자가 유입되는 데에는 두 가지 주요한 방식이 있다. 하나는 이 지역으로 완전히 이주해 이곳의 삶에 완전히 정착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로써 토지를 구입하거나, 샤또에서 생산한 와인을 전략적으로 전량 수입해 자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매입을 하고 거주는 다른 곳에서 하는 방식이다.
 
쌩떼밀리옹에 위치한 샤또 떼이시에(Teyssier)의 소유주인 영국인 조나단 맬터스(Jonathan Maltus)씨는 첫 번째 타입의 대표적인 주자이다. 맬터스씨는 유명한 ‘가라지 와인(Garage Wine)인 르 돔(Le Dôme), 라 포르쥬(La Forge)의 생산자이다.
 
그는 보르도로 이주한 이후 적기에 공급하는 마케팅 전략을 적용했고, 투자가 단순히 땅 값을 올려 팔아 치울 토지로 보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았다. 특히 맬터스씨는 전통적인 와인 판매 방식인 네고시앙 회사를 통해 팔지 않고 미국 외 40개 나라와 미국 내 30개 개별 주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모든 판매는 회사의 판매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와인 시장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두 번째 방식을 선호하는 아시안의 몇몇 샤또 구매자들은 자산의 바람직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석유 부동산기업인 하이창그룹(Haichang Group)의 주인이자 대련와인페스티벌의 후원자인 쳉 푸(Cheng Qu) 씨는 최근 프랑스 베르쥐락(Bergerac) 근처에 있는 포도원인 샤또 랑클로(L’Enclos)의 주식을 자신의 자산 항목으로 추가하였다. 그는 이미 열 개의 보르도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다.
 
쳉씨는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중국의 와인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직접 공급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앞으로 5~10년 안에 중국의 중산층 규모는 3억 명에 이르게 되어 큰 시장 규모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체인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샤또 매입을 진행 중이다.
 
400여 개의 ‘테지로(Tesiro)’라는 보석 소매 체인점을 소유하고 있는 리차드 쉔 동준(Richard Shen Dongjun)씨는 지난 2011년에 메독(Medoc) 크뤼 부르주아급 포도원인 샤또 롤랑 뒤코(Lauran Ducos)를 구입하였다. 쉔사는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중국의 도시에 기존의 테지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 사또의 이름으로 된 체인점을 만들려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그 포도원들은 프랑스 내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일을 중단하고 전량 중국으로 납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보르도에서 외국 소유주, 특히 보르도 와인의 최대 구매 관심국가로 떠오른 중국인 소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각각의 해외 소유주는 고유의 경험을 살려 시장에 영향력을 주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나친 외국인 투자에 대해 다소 우려 속에도 유럽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외국인의 샤또 구매 현상은 세계에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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