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의 재앙, 코리아 패싱!
한국외교의 재앙, 코리아 패싱!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7.09.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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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소련의 존재가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역사 속에서 사라지면서 탈냉전시대를 맞은지도 오래되었건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지역에서 신냉전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다투는 곳도 한반도요, 북극 곰 러시아가 비록 동상이몽이긴 하지만 중국과 손잡고 북한 편을 들면서 성큼성큼 접근하는 곳 또한 한반도이다. 또한 싸우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듯이 일본은 이웃이 망하건 말건 자기네 이익만 챙기는 저열한 국수주의로 한반도를 응시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다투니 이거야 말로 우리의 입지가 진퇴양난이다.

출렁이는 동북아정세 하에서 한국의 운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일과 중러의 동북아에서의 지정학적 게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국가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당위에 직면해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미중관계 및 남북관계라는 단선적 요소에 함몰된 외교정책을 펴 왔지만, 러중의 결합은 동북아에서 미일을 대척점으로 하는 신냉전의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냉전의 최전선이 되어서도 안 된다. 밖으로는 국제공조에 보조를 맞추되, 안으로는 비정부간 민간교류협력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남통합·남북통합을 위한 법치주의의 강화와 글로벌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의 육성이 필요하다.
 
현재의 동북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정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왕따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정부는 아시아 재균형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일간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문제에서 일본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한일위안부협상에 대해서도 일본에게 유리하고 우리에게 불리한 합의내용을 강권한다든지, 한미간의 합리적 의견교환절차 없이 한국 내 자국민 보호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듯 사드배치 결론을 발표한다든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등에 관하여 비외교적 언사, 한미 FTA재협상에 대한 거친 발언, 미국 내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홀대 발언 등을 서슴지 않으며 한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고, 한국의 국제질서에서의 존재감을 무력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중국 또한 우리가 역사 속의 조공을 바쳤던 속국이라는 비애를 정서적으로 즐기면서 아직도 관념적으로는 그런 향수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동북공정으로 고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조중우의’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약속인 UN안보리제재결의를 무력화 시키는 등, 북한을 편애(?)하는 통에 남북관계가 더욱 헝클어지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드배치와 관련하여 외교적 금도를 벗어나는 극언을 일삼으며, 중국 내 한국기업에 엄청난 규제를 가하고, 한중 간 활발하던 인적·물적 교류를 통제하는 등 강대국의 덩치에 걸맞지 않은 천박한 비외교적 행태를 무자비하게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등 한국과 직접 관련되는 역사왜곡은 물론이고 아베정권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헌법을 개정하려하며, 국방력과 영토지배를 강화하고, 과거사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베내각은 한 마디로 외교·안전보장 정책에 있어서 보통국가화하고 있고,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강국의 한국의 존재에 대한 무시, 무관심, 왕따가 한국의 동북아에서의 위상에 결정적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존재감의 약화의 원인은 강대국에게 있기도 하지만 남북한간의 갈등과 불통, 남남갈등과 국론분열, 장기적인 국가정책의 부재, 외교전략의 미숙 등 우리의 자체역량의 약화로 인한 면도 없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경각지세의 동북아의 외교적 역학구도에서 남북한은 각자 도생의 길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통미봉남’의 노선아래 핵을 앞세운 벼랑 끝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존재감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과연 동북아질서에서 한국이 그 몸값에 걸맞는 발언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또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주요의사결정에서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은어(?)가 허구이길 바라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분쟁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침략전쟁의 채무가 없는 대한민국의 통일은 당위이며, 주변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의 대한민국이 동북아분쟁해결을 주도하는 것 또한 합목적성이나 실효성의 차원에서 합당하다. 한국은 한중일관계에서 균형자적 지위를 차지할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동북아평화체제구축의 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철저한 중장기적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국제사회 또는 동북아지역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한 전제로는 첫째, 사람의 지배(인치)가 아닌 법의 지배(법치)를 통한 남한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각종 적폐청산과 일자리창출, 복지확대 등 새로운 정책을 쏟아지고 있다. 정책결정과 실행에 절대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고, 그에 수반되는 500여개의 입법의 손질과 천문학적 재정의 충당을 위한 제반절차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공정성과 합목적성, 합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결코 떼법이나 지도자의 선언이나 결단으로서의 인치가 아니라, 국민의 공감이 담긴 적법절차에 의한 법의 지배의 결과이어야 한다. 법치가 없는 통합은 불가능하다. 여론몰이식 정책은 필패이다. 법치가 통합의 시작이자 끝이다. 법치없는 정책은 공의로울 수가 없으며 정의롭지 못한 정책은 국가의 자존감을 격하시키고 국민의 피로도를 강화시켜 반통합, 갈등과 분열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
 
둘째, 남남통합을 바탕으로 남북통합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왕조시대와 식민통치시대 이후 광복과 동시에 전혀 다른 체제에서 교류가 단절된 상태로 분단과 전쟁을 경험한 남북한간의 불신과 저주와 갈등의 골은 실로 깊다. 이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국력이 월등한 개방된 남한사회가 폐쇄적 북한사회를 끌어안을 제도적 장치를 통해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통합가능한 부분부터 찾아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
 
환경, 스포츠, 문화예술, 고대사, 언어, 독도문제, 해외동반진출,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국제공조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밀알이 솔솔 생산되어 북한사회에 인치 아닌 법치의식을 심어주면, 그것은 남북한 사회통합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남북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결코 다가올 행복한 통일을 이룰 수가 없다. 우선 남남·남북통합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역할을 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에의 적응을 위한 취업·자녀교육 등에 대한 제도적 배려를 통해 융합을 도모해야 한다. 남북한 사회통합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통해 통일을 준비해야 성공적 통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남한사회에서 통합을 가로막는 떼법, 양극화, 불공정경쟁, 차별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국민대계몽운동과 사회대타협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셋째,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가간 또는 민간차원에서의 인적·물적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분쟁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제분야에서 국제협상력의 부재로 입는 국익훼손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국경없는 글로벌세상에서 국가간이나 민간차원의 교류를 함에 있어서 일어나는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협상전문가의 몫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그 시장환경을 잘 아는 협상전문가의 능란한 협상술 없이는 제 값을 인정받기가 힘들다. 급변하는 국제환경속에서의 제반질서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각 분야별 협상전문가양성이 시급하다. 특히 모든 거래나 협상의 근저에는 필수적으로 전제가 되는 규범이 있다. 그러므로 법적 사고와 법적 판단, 그리고 법적인 해석이 능숙한 협상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법치에 의한 남남·남북통합을 바탕으로 동북아질서에서의 대한민국의 존재감을 강화하는데 전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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