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적 삶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적 삶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18.01.0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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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훈근 환경공학 박사· 환경보전실천연합중앙회 자문교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도시에서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거치며 생활하던 도시민들이 옛날 자신이 자랐던 고향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로 이주하는 귀농, 귀촌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기도 한다.

또 주거지역 근처에 못쓰거나 버려진 공터, 자투리땅에 텃밭을 일구며 간단한 채소를 자급자족하는 도시농업 활동은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2010년에는 104ha(1ha≒3,025평)에 15만 명이 참여했지만 2016년에는 1001ha 면적에 160만 명으로 늘어나 몇 년 동안 약 10배로 급격히 증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작은 텃밭이나마 가꾸면서 성공적인 농업활동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마도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흙(토양)에 많이 공급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흙의 지력을 높여주려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흙의 비효(肥效)성을높여줄 수 있는 영양성분을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이렇게 하기 위해 전문 농부들은 화학비료나 동물의 분으로 만든 퇴비 등을 듬뿍 넣고, 병충해가 발생하면 농약을 쳐서 많은 양을 수확해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와는 달리 조그만 텃밭을 경작하는 도시농부는 생산량보다는 가족이 먹을 안전하고도 맛깔나는 농산물이 절실할 것이다. 그래서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하여 유기질 퇴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 실정이다.
즉,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 공급을 위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퇴비를 구매해 사용하다 보면 퇴비가 덜 부숙(腐熟)되어 냄새도 많이 나거니와 흙 속에서 발효되면서 열이 발생돼 아까운 채소 모종이 죽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비료로서의 유효성분이 적어 작물의 잘 자라지 못해 볼품없는 농작물을 생산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가족이 먹을 안전한 먹거리를 스스로 생산하고 전원의 목가적 생활에 대한 꿈과 희망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유감스럽게도 본전도 못 찾는 농사일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농작물을 잘 키워 본인은 물론 이웃에게도 나눠주고 텃밭을 성공적으로 경작하는 분들을 볼 수 있는데 “농작물이 정말 잘 자라고 탐실하네요” 라고 칭찬을 하면 이구동성으로 “농사는 뭐니 뭐니 해도 퇴비를 충분히 주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도시에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필요한 퇴비를 만들어 뿌릴 수 있냐고 반문하면,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를 텃밭의 땅속에 묻어두게 되면 발효가 일어나고 여기에 덧붙여 지렁이가 많이 생기는데 이것을 밭에다 주니 농사가 잘 된다고 대답한다. 이것이 바로 정답이다!
 
넓은 땅에 농사를 대규모로 짓는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방법으로 필요한 퇴비를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조그만 텃밭을 취미 삼아 일구는 경우에는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틈틈이 모았다가 텃밭에 묻어주면 땅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이를 분해하고 이러는 과정에 먹을 것을 찾아온 지렁이도 머물면서 이를 먹고 똥을 싸서 품질 좋은 퇴비를 만들어준다. 이것을 텃밭에 뿌리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나 텃밭의 작물줄기, 정원의 잔디 쓰레기 등을 지렁이 먹이로 공급해 쓰레기도 치우고 필요한 퇴비를 생산하는 것을 ‘지렁이 퇴비화(vermicomposting)’라고 하며 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을 보아 왔다.
 
옛말에 ‘지렁이가 많은 밭은 농사가 잘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지렁이가 땅속에 많으면 땅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텃밭의 흙을 갈아주게 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텃밭 속은 공기가 통하게 된다. 공기가 통하면 흙 속의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개체수가 늘어나 생체량이 풍성해지는, 흙 속의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비가 올 경우에는 흙 위를 흘러 밖으로 배출되던 물이 지렁이 굴을 따라 흙 속에 저장되었다가 작물뿌리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 있어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지렁이가 많으면 농사가 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도시민의 귀농과 도시농업이 유행의 파도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지렁이 퇴비화 방법을 널리 보급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하면서 골칫거리인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서 좋고, 지렁이가 흙 속에 서식하면서 흙을 일구어 작물을 잘 자라게 하니 친환경적이고도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다.
바람이 불 때 연을 날리듯이 도시농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적 삶을 정착시켜 우리의 환경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지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흙 속의 보물 지렁이야! 우리 환경을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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