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다
[컬럼]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다
  • 정석철 기자
  • 승인 2020.08.1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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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통신]정석철 기자=부동산 민심(民心)은 일촉즉발 상황이다. 무주택자는 집값 폭등에 좌절하고 주택 보유자는 세금폭탄에 분노하며 임차인과 임대인은 임대차 3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와 두더지 잡기 식 땜질 대책의 악순환의 결과다.

[사진]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사진]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23번째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전세는 씨가 말랐다. 월세도 가물에 콩 나듯 한다. 실수요자들은 집을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다. 이런데도 지난 10일 문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마치 부동산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평가한 셈이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소셜 미디어에 “전 국민이 다 아는데 대통령만 모른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문대통령의 부동산 상황에 대한 현실 인식이 시장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는 반응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는 “문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에 기가 찼다”고 했다. 부동산 현장목소리는 “달나라 인식”이라고 한다. 여당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민심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면 39개월 동안 23차례 대책이 왜 나왔을까. 2달에 한번 꼴이다.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23일 경실련 ‘서울 아파트 값 상승 실패 분석’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52%가 폭등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국내 500대 기업 대표이사 절반이 사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은 2배 올랐다고 한탄한다.

국토부는 문정부 출범이래 서울 아파트 값이 고작 14.2%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실련은 정부를 상대로 ‘통계를 내는 데 사용된 아파트 위치 명이나 적용 시세를 공개하라’고 10여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 청구 등 공개질의를 했다. 정부는 ‘통계법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답변을 거부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수치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 현장에서는 매주 시세를 2-3차례 부동산 시세 조회 사이트에 올린다. A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다. 30평대 아파트 전세가 3개월 전에 9억 원이었는데 오늘 10억 원에 계약됐다. 1억 원이 올랐다. 공인중개사가 국민은행 시세 사이트에 10억 이라고 올렸더니 담당자가 전화가 왔다. 제발 시차를 두고 천천히 데이터를 올려달라고 통사정했다. 일주일 후 9억 3천, 2주 후 9억 6천, 한 달 후 10억으로 해달라고 한다.

8.4대책 발표 직후부터 부동산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 지고 있다. 이 정도 대책이면 가격이 떨어져야 되는데 일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변화세가 없다. 지난 6.17과 7.10대책 등 잇단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값은 강보합·관망세를 유지하다가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은 무엇인가.

시중에 흐르는 돈 줄을 파악해 조절하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여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2003조9000억 원이다. 2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최초다. 주택매매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부동산 담보대출, 중도금·전세자금 대출 등의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과 부동산업 등 기업 대출금과 PF대출(부동산개발을 전제로 한 일체의 토지매입 자금대출)을 포함한 MBS(주택저당증권), 부동산 펀드 및 리츠 등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 상품 등의 합계다.

둘째, 부동산으로만 유동 자금이 흐르는 것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45조7000억 원, 해외에서 12조2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58조원을 투자했지만 주식 매수를 위해 대기하는 자금이 50조원에 이른다. 작년에는 개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5조원을 매도했고 해외 주식 투자는 3조원에 그쳤다. 지난해 말 예탁금은 27조원였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 재테크 시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산가들이 부동산을 팔려는 이유는 보유세 등 세금문제, 낮아진 기대 수익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이처럼 부동산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부동산이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셋째,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확대 등으로 우리나라도 광의의 통화M2가 3000조원을 넘었다. 실제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쏠려 수도권 집값이 올랐다. 시중에 막대하게 풀려있는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경제부문에 투입해야 한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투자처를 많이 만들어 줘야 부동산 시장도 안정이 된다.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처를 제공해주면 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자산시장을 양성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금융회사들이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 채권의 일종인 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2019년 4월 기준 MBS는 약 116조원에 이른다. 이를 2-3배 늘리면 유동자금은 줄어든다.

정책은 성과로 평가받는다. 정책 입안자들이 농간을 막아야 한다. 첫째, 부동산으로 돈을 벌거나 투자를 하는 공무원들은 정책 입안에서 손을 떼야 한다. 국토부 공무원과 건설사 국회의 국토위원으로 연결되는 건설 마피아가 자신의 이익에 맞춰 집값을 좌지우지 한다.

둘째, 공기업의 부동산 투기를 규제해야 한다. LH공사가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개발 이익을 챙기는 땅장사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 땅 매입 가격에 택지 조성 원가만 더해서 반영해야 한다. 아파트 값 절반 이상이 땅값이다.

셋째, 공공임대 주택의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공공임대 주택은 시민들의 자산이다. 항간에는 공공임대주택에 외제차가 주차되어 있다는 말들이 많다. 거주지와 동일한 시도에서 공무원이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 엄격히 막아야 한다.

넷째, 부동산 임대업에 법인의 주택 임대업은 제한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회사 리츠가 성행하고 있다. 리츠가 임대업을 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직원 인건비와 제반 운영비에 투자수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 투자 자본들의 투기로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다섯째, 부동산 대출 제도를 손봐야 한다. 주택가격 급등을 막겠다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원래 LTV와 DSR은 수익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적용됐던 기준이었다. 주택 소유가 수익 자산의 소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이 달라져 부의 역전성이 더 커진다. 부동산 시장의 폭락을 대비해 둔 것이 대출규제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정책이 되고 있다. 대출을 받아 갭 투자에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 주택연금제도는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주택이 폭락 시점이라면 노인들의 노후복지 정책으로 괜찮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주택연금의 경제적 효과는 주택 임대업과 유사하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 은퇴 후 굳이 넓은 주택에서 거주할 필요는 없다. 시니어 분들의 라이프 싸이클에 맞는 다양한 주택이 더 편안하고 안정적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둘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출구를 한시적으로 터줘야 한다. 
전체 가구의 15.6%가 주택의 61%를 소유하고 있다. 전체 주택 소유자 14,012,290명 중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2,191,959명이다. 상위 30명이 11,000채를 가지고 있다. 다주택자는 약 220만 명이다. 등록임대 주택은 1,590,000만 채다. 서울에서 10년 이상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이 128,199채다. 강남 3구에만 34,254채다. 물량이 나온다면 전국 및 서울 집값은 단기간에 안정될 수 있다.

부동산은 소유와 투기 상품이 아니라 주거라는 개념이 정착돼야 한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산을 늘리고 내 집값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국민들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린다는 마음이 없어져야 한다. 부동산은 투기 상품이 아니다. 주거 개념이 정착돼야 한다. 시민단체가 1가구 1주택 운동에 나서야 한다. 1가구 1주택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는 손을 떼고 시장 자정 기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주거안정망 확충이다. 강남에 부자들이 살면 집값이 오른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돈이 있으면 강남에 살고 없으면 각자 형편에 맞는 곳에 살면 된다. 베버리힐스(Beverly Hills)에 고급주택가 밀집되어 있다.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쿄 23구에서 미나토구 (港区) 세다가야구(世田谷区)는 집값이 비싸 부자들만 거주한다. 세계 주요 도시도 다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시장원리에 따라 부자 동네가 다 있기 마련이다.

부동산은 심리적 요인이 작동한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쏟고 대책 준비에 열을 올리면 올릴수록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돼 투기 수요가 유입된다. 특히 정부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 부동산 불패신화가 확산돼 투기세력들이 농간을 부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마지막으로 문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전담 감독기구’ 설치 구상을 밝혔다. 주요 언론들은 ‘감시기구’, ‘빅브라더 흉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만들었던 ‘공정가격감독원’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부동산 감독기구는 부동산 시장을 감독하고 규제만 하는 역기능을 빼면 된다. 대신 국민 개개인의 부동산 불만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발휘하면 된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담 감독기구’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첫째, AI(인공지능)시대에 걸 맞는 ‘대국민 AI 부동산 서비스 시스템’(가칭)을 구축하면 된다. 부동산 관련 민원과 국민 개개인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맞춤형 부동산 서비스가 가능하다. 성인부터 노후까지 부동산 라이프사이클을 제공하면 국민은 부동산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 살 수 있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부동산 거래 AI 분석 시스템’을 통해 갭투자를 막을 수 있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구매자가 충분히 현금 흐름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검증 할 수 있다. 또한 투기적인 목적으로 돈 없이 대출 받아 갭 투자에 다서는 사람들이 줄어 든다. 충분히 돈이 있는 사람이 부동산 매입은 경제적으로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투기에 나섰다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카드대란 또는 금융위기 같이 부동산 위기 발생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시스템 상시 작동으로 대처할 수 있다.

셋째, 1가구 1 주택 정책도 주택 감독 기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면 된다. 한국의 부동산이 기형적인 것은 다른 부동산은 오르지 않고 주택 그것도 서울 아파트 만 오른 다는 것이다. 이를철저하게 관리 감독만 해도 충분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이젠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 득실을 따질 겨를이 없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해결해야만 한다. 부동산 정책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 트롯 열풍이 일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가사 “찐찐찐찐 찐이야 완전 찐이야. 진짜가 나타났다 지금” 다. ‘꽝꽝꽝꽝 꽝이야 완전 꽝이야’ 아니라 진짜 부동산 정책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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