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칼럼] 로스쿨 개혁, 야간 로스쿨이 그 답이다
[정용상 칼럼] 로스쿨 개혁, 야간 로스쿨이 그 답이다
  • 디지털 뉴스부
  • 승인 2021.01.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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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동국대 법과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내외통신]디지털 뉴스부=2009년에 문을 연 로스쿨은 원래 도입하려던 로스쿨 제도의 목적·취지와 본질은 사라지고, 오로지 과도한 규제와 통제 일변도의 새로운 법조기득권을 형성하는 이상한 로스쿨로 변질되었다.

기왕에 로스쿨을 도입했으면 일정한 요건을 정해 놓고 학부 법과대학과 상호호환이 가능하도록 소통의 통로를 구축해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철옹성같이 높은 인가기준의 로스쿨 진입장벽을 쌓아 놓고, 공정도 형평도 균형도 담보되지 않은체, 합리적 기준과 원칙도 없이 지역균형이라는 미명하에 자의적인 잣대로 25개 대학에 로스쿨을 인가하여 그들만의 리그로 13년 차를 맞이하면서, 독점적·폐쇄적·특권적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장기적 사법개혁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양질의 법률가양성은 고사하고 평범한 법률가양성에도 실패하고, 국민에게 마치 사회양극화의 상징처럼 로스쿨은 희화화되어있는 실정이다.
 
로스쿨은 그 제도적 본질이 법조인을 대량생산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로스쿨은 근본적으로 자율과 경쟁체제에서 운영되는 제도이다. 타율과 과도한 통제·규제 하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로스쿨은 다양화·전문화·특성화된 양질의 교육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의 법률수요를 감당케 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법률전문가로 양성하여 선진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토록 해야 하는데, 과거의 사법시험인원을 통제하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총입학정원의 논쟁만 하다가 별 준비나 합의도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법조인 다산(多産)제도인 로스쿨은 도입하되 법조인 배출은 현재 수준으로 묶겠다는 식으로, 결국은 총입학정원도, 대학별 정원도, 로스쿨 선정도, 모든 것을 정부가 통제하는 바람에, 기형의 로스쿨이 탄생하면서부터 불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우선 형해화된 로스쿨을 온전한 로스쿨로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한데, 개혁의 방향성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객관화된 합의된 개혁안이 없이 방치된 상태이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야간 로스쿨은 로스쿨의 독과점적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조인양성제도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의 최소화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공약으로 입학정원 100명의 야간 로스쿨 설치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설치기준은 주간 로스쿨 입학기준, 학사 및 설치기준과 동일하다.

현행의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도, 고비용구조, 변호사시험학원, 폐쇄적‧독과점적 법조인 양성구조 등의 비난을 받으며 사회양극화의 대표적 제도로 인식되는 상태에서, 야간 로스쿨 도입 논의는 실익이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공정성확보 차원에서도 그 도입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야간 로스쿨이 가지는 장점이 그에 수반되는 단점이나 비용에 비해 현저하게 크기 때문이다. 

첫째, 로스쿨 접근성을 확장함으로써 법률가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법률가사회의 인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이다. 현재의 로스쿨은 직업 등으로 주간 시간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절대적으로 폐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확보한 사람이 로스쿨 또는 법률가사회에의 접근기회는 원천 봉쇄되어 있다.

다양한 인적 속성을 가진 자가 로스쿨에 손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그 접근성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여전히 신분상승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기대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경제적 소수자에 대해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이는 헌법에서 요구하는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구성되어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닫혀 있는 구조인 현재의 로스쿨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둘째, 야간 로스쿨은 로스쿨의 제도적 특징인 다양성·전문성·특수성에도 부응한다. 학부에서 다양한 비법학전공자가 현행의 로스쿨에서 법학교육 이수 후 법조인자격을 취득하면 법조의 다양성‧전문성이 확보된다는 논거는 학부교육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불성설이다.

대부분의 학부전공이 교양교육에 치중하면서 최소한의 전공이수학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로스쿨의 다양성‧전문성 확보에 대한 논거는 오히려 학부졸업 후 일정기간 현업에 종사하면서 터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로스쿨에 진학하여 법학교육과 법조인자격을 취득한 후 송무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 원래의 직역에 복귀함으로써 로스쿨제도의 소기의 목적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주간 로스쿨은 풀 타임 일변도의 교육과정을 취하고 있으므로 직장인이나 가사종사자들은 그 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로스쿨에 접근할 수 없는 체제이다. 즉, 현행 로스쿨은 전업으로 이수해야 하므로 경력단절현상이 발생하므로 현업종사자가 로스쿨 진학을 선뜻 결심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현행의 주간 로스쿨은 입학요건에 있어서도 LEET나 학부성적, 외국어성적 등 성적중심의 사정체제를 취하고 있어, 대학 졸업 후 취업‧가사 등의 이유로 일정기간 동안 학업을 중단한 자들은 실질적으로 입시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성하고 있다. 로스쿨 폐쇄성의 한 예이다. 반면에 야간 로스쿨은 현업을 유지하면서 로스쿨 과정을 밟기 때문에 법학교육과 변호사자격취득으로 현업에서의 경력 연속성 유지가 가능하다.

넷째, 그 외에도 야간 로스쿨은 주간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 즉 로스쿨 진학자의 주‧야간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기운영 및 학점취득의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야간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송무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 현업복귀로 인하여 사회전반적인 법의 지배와 국가의 법치주의 및 법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야간 로스쿨은 관료법조체제로 획일화되어 있는 우리 법률가사회의 다양성의 확보와 사회적 유연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개혁의 핵심은 사회적‧경제적 위치에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논의해야 할 주요과제는 로스쿨이 요구하는 비용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하여 상실하게 되는 기회비용을 어떻게 줄이는가의 문제이다.

야간 로스쿨은 직장인이 적어도 경제적 또는 사회적 부담 없이 변호사양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제도이다.

야간 로스쿨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계층이나 소수자집단 혹은 비전통적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설계과정에서 나름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야간 로스쿨은 기존의 정규적 교육체계가 가지는 경직성, 특히 생애적 경직성을 완화 또는 보완하는 최선의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야간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과정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현재의 과도한 통제와 규제일변도의 독과점적 교육구조를 완화시키고, 법조계의 다양화를 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야간 로스쿨은 현재의 로스쿨이 사회양극화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희망의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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