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관음사 주지 삼현스님,동체대비의 이웃사랑 실천을 지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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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관음사 에밀레종
  • 김동표 기자
  • 승인 2016.01.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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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관음사에 모셔진 부처님 진신사리
(내외통신=김동표기자)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레종은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종으로, 독특한 미술적 가치를 지닌 신라 극성기의 걸 작품이다. 국보 제29호인 에밀레종은 높이 333cm, 구경 227cm이며 둘레는 709cm에 이른다.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을 만들었으나, 그의 아들인 혜공왕이 771년에 이뤘다.

성덕대왕신종은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진다. 종의 완성을 위해 펄펄 끓는 쇳물 속에 어린 아기를 넣었다는 전설이다. 왕이 보는 앞에서 완성된 종을 힘껏 치자 맑은 종소리 속에 ‘에밀레’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섞여 나왔다. 이후 이 종은 성덕대왕신종이라는 이름보다는 ‘에밀레종’으로 더 널리 불려졌다.

에밀레 종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경남 거제시 다포리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관음사(주지 삼현스님)에 가면 또 하나의 에밀레종을 만날 수 있다. 관음사 에밀레종(관음성종)의 무게는 50관짜리로 8000관인 진본에 비해 160배 가볍지만, 정밀주조법으로 주조를 해 에밀레종의 형상과 소리를 완벽하게 복원했다. 신라 최고의 종소리가 가야 땅 거제에서 되살아 난 것이다.

거제에서 되살아난 에밀레종

삼현스님은 오래전 지리산 칠불사에서 용맹 정진을 하는 과정에서 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스님은 시·공간을 잊어버릴 정도로 오랜 시간 삼매에 들은 적이 있었다. 정진 15일째 되던 날, 어디선가 ‘동 동 동’ 하는 종소리를 듣고 선정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 거제 관음사 대웅전 한 켠에 놓인 에밀레종은 경주 에밀레종과 똑같은 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종의 무게는 차이가 있지만 그 소리만큼은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맑은 종소리였다. 처음엔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예불 시간이 아니었다. 선정의 어떤 경계에서 들려온 내면의 소리였던 것이다. 스님은 “정진 과정에서 사람마다 체험하는 경계가 다르다”며 “선정 중에 경험했던 그 종소리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게 하는 경종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 같은 경험으로 스님은 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직접 종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국내 유일의 범종 인간문화재 원광식씨(성종사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스님의 이야기를 다 들은 원 대표는 그 종을 자신이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시 원 대표는 이미 에밀레종의 복원을 마친 상태였다. 그렇게 해서 거제 관음사의 에밀레종이 탄생하게 됐다.

거제 관음사 대웅전 한 켠에 놓인 에밀레종은 경주 에밀레종과 똑같은 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종의 무게는 차이가 있지만 그 소리만큼은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기자의 눈앞에서 울린 종소리는 마치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섞인 듯 구슬프면서도 장엄하였고, 공명은 5분 동안 지속됐다. 8C성덕대왕 신종이 21세기에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법어모아 시집 출판한 삼현스님

11월 19일 관음사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삼현스님이 오랜 세월 법어를 모아 묶은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행자시설부터 30여 년 동안 메모해온 300수의 분량의 법어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다.

올해 초 도반스님과 중국 장강으로 여행을 하던 중 저녁식사 시간에 일행들 앞에서 장강에 대한 즉흥시를 지어 낭송했는데,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한 시인이 감동을 받고 추천을 하여 창조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뜻밖의 등단을 하게 되었다.

등단과 함께 출판한 시집이 ‘즐거운 공(空)놀이’이다. 그동안 틈틈이 찍어두었던 사진을 곁들여 60 여 편의 시를 실었다. 추천사에서 전(前) 오산대학교 총장인 홍문표 박사는 “선가 법어의 진의가 ‘즐거운 공(空)놀이’라는 해학적이면서도 흥미 있는 중의적 표현 속에 절묘하게 담겼다”고 감탄했다.

또한 “삼현스님의 시집은 바로 시와 사진, 시와 영상을 함께한 입체적이면서도 공감각적인 보여주기 법어를 헌신하고 있다”며 “이는 불교시의 영역에 또 다른 장을 개척한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담바라와 해맞이 절로 유명

지난 2010년 관음사 대웅전 대세지보살에 우담바라가 피었다. 법당을 새롭게 짓기 위해 부처님을 옮기던 작업을 하던 중 대세지보살의 턱 부분에 우담바라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삼현스님은 “햇빛에 부처님의 턱 부분이 반짝거려 자세히 보니 우담바라가 피어 있었다. 언제 피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전설속의 꽃인 우담바라에 대한 진위(眞僞) 여부를 떠나서 신행의 차원에서 신심을 북돋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 2010년 관음사 대웅전 대세지보살에 우담바라가 피었다. 법당을 새롭게 짓기 위해 부처님을 옮기던 작업을 하던 중 대세지보살의 턱 부분에 우담바라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거제 관음사는 ‘한려해상국립공원 해맞이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양력 12월31일 밤 기도를 한 후 12시에 타종식을 한다. 다음날 아침 일출 때 해맞이 법회를 한다. 사찰에서 남해를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을 직접 맞이할 수 있어 4년 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이날 관음사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떡국공양을 한다. 삼현 스님은 “매년 1월1일 일출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떡국을 나눠주고,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기원하는 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현스님은 최근 인권에 관심이 높다. 이를 위해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다. 스님은 “부처님은 동체대비 즉 모든 중생과 내가 같은 몸이니 함께 서로 돕고 살라고 하셨다”며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불자의 삶이며, 특히 불교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앞장을 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멀리서 찾기보다는 소박하지만 처한 자리에서 주변과 이웃들을 돌아보고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삼현스님. 그를 보며 진정한 불제자의 길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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